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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으로 빚은 추석의 마음

by 라니 글을 피우다

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빚어보았다.

큰딸이 깜짝 선물로 송편 키트를 준비해주었는데,

혼자서는 처음이라 송편 모양이 제각각이다.

깨고물이 새어나와도 웃음이 터지고,

그 모습마저 추억이 되었다.


네 가지 색으로 어우러진 송편을 쪄낸 뒤

참기름과 소금으로 맛을 더하니,

떡집에서 사 먹는 맛과는 또 다른

쫄깃쫄깃한 집의 맛이 일품이었다.

올해 추석은 한층 더 풍성하게 느껴졌다.

호박전, 연근전, 동그랑땡, 명태전을 노릇노릇하게 부치며

정성스러운 한 상을 차려냈다.

육전만 만들지 못했지만,

그 아쉬움조차 이번 추석의 소소한 추억이 되었다.

뒷정리는 아이들의 몫이었지만,

기름 냄새 가득한 부엌에 도란도란 웃음소리가 오래 남았다.


저녁에는 동생네와 함께 숯불구이를 나누며

웃음과 이야기를 함께하는 시간이 또 하나의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께 드릴 송편과 부침개를

정성껏 준비해 찾아뵈었다.


엄마가 없는 첫 명절을 맞이하는 아버지.

동생네와 함께 계시지만,

아버지께서 송편을 맛보시며 흐뭇해하시던 모습이

마음 깊이 오래 남았다.


밤이 깊어갈수록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도시 속 고요함을 더욱 깊이 물들이고 있었다.

그 소리마저 마음을 적셔왔다.


추석 전날에는 뜻밖의 헤프닝도 있었다.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다가 넘어져

왼손이 부어오르고 멍이 들었다.

손은 마치 풍선에 바람이 들어간 듯 빵빵하게 부어올랐다.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아 안도했다.


하지만 내 부어오른 손처럼,

내 마음 속 행복도 빵빵하게 차올라

아픔을 모르는 추석이 되었다.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가족의 웃음과 마음이 담긴 송편.

부은 손에도 피어난 추석의 온기,

올해의 추석은 그래서 더욱 깊이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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