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 앞에 앉아 있는 아버지

by 라니 글을 피우다

취미를 평생 가져보지 못한 사람

티브이 앞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늘 그 자리에 앉아 계셨다.

리모컨을 쥔 손은 움직였지만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라기보다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 켜 놓은 화면 같았다.


웃음소리가 흘러나와도

아버지는 웃지 않았고,

드라마 속 누군가가 울어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저

켜져 있으니 보고 있는 사람처럼.


나는 문득 생각했다.


아버지도

좋아하는 것이 있었을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던 무엇이

한때는 있었을까.


먹고 살기 위해,

가족을 위해,

해야 할 일들 속에서

좋아하는 일은 점점 뒤로 밀려나

결국 사라져 버린 건 아닐까.


그래서 취미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

나를 보았고,

티브이 앞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함께 보았다.


닮아 있는 등을.

비슷한 침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