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는 내가 잡고 있는데
네비게이션이 꺼져 있는 느낌이다.
길은 많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
사실 방향을 모른다는 건
누군가가 정해준 길을 걸어왔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딸로, 아내로, 엄마로
해야 할 역할이 곧 방향이었으니까.
지금은 처음으로 내가 핸들을 잡았다.
내가 진짜 가고 싶은 곳을 묻고 있는 순간.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처음으로 내 목적지를 고민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고속도로만 있는 게 아니다.
잠깐 갓길에 서 있어도 괜찮고
휴게소에 들어가 쉬어도 괜찮고
유턴을 해도 괜찮다.
방향을 모르는 시간은
실패가 아니다.
재정비의 시간이다.
그리고 문득,
나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