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라는 말은
왜 그렇게 먼저 나오지 않을까.
이상하게도
잘못을 인정하는 말보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말을
먼저 꺼내게 된다.
‘미안해’라는 말은
마음을 한 번 내려놓아야 하니
조금 지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작아지는 것 같기도 해서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가족 사이의 균열은
대개 큰 사건 때문이 아니다.
배려 없는 말 한마디,
또는 그 짧은 한마디가
제때 나오지 않아서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흐려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어느 누구도
먼저 마음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해결이 아니라
잠시 덮어두는 것일 뿐이다.
시간으로 무마하려는 생각은
금이 간 자리를
그대로 두는 일과 같다.
균열이라는 것은
완전히 깨진 것이 아니라
잠깐 금이 간 상태일 뿐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누군가 한 사람이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그 금은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된다.
가족도 결국은
마음을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쩌면
가족 사이의 균열을
다시 잇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그저 짧은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문제를 바로 마주하기보다
회피 아닌 회피로
넘어간 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배워보고 싶다.
‘미안해’라는 말을
먼저 꺼내는 사람이
관계를 더 오래 지켜낸다는 것을.
아직도 그 말은
현실에서는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배워보려고 한다.
미안해.
말의 온도
어떤 사람은 마음을 먼저 보고
어떤 사람은 상황을 먼저 본다.
그래서 같은 말도
서로 다른 온도로 들린다.
‘미안해’라는 말도
결국은 말의 온도 차이였던 것 같다.
마음을 담은 온도와
그 순간의 마음 상태가 맞닿을 때
비로소 균열이 다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