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을 지나

by 라니 글을 피우다

브런치에 올려진 글을 읽게 되었다.

가볍게 넘기듯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 글 속에 머물고 있었다.


무너지고, 또 무너져

산산조각이 되었던 기억들까지.

그 모든 것들을

숨김없이,

조용히,

또렷하게

글로 놓여 있었다.


나는 그 글 앞에서

쉽게 넘기지 못한 채

오래 머물러 있었다.


아픈 기억들을

이렇게까지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내 시선은 더 오래 머물렀다.


나에게는 쉽지 않은,

나의 알몸을 드러내는 일.

나는 아직도

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나는 내가 너무 힘들게 살아왔다고

발버둥치듯, 요란하게 글을 써 내려가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는데

그녀의 글 앞에서는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작아졌다.


그녀에게서

자기만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흔들림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많은 흔들림을 지나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단단함.


그래서 나는

그 단단함 앞에서

조용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녀의 글은

견뎌낸 시간의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흔들리며 쓰고 있고,

그녀는

흔들림을 지나

써 내려가고 있었을 뿐.


나는 조용히

그녀 곁을 지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