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보니 보이기 시작했다

by 라니 글을 피우다

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지던 종착지가,

반복된 걸음과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가까워져 보이는 그 경험이 잘 드러난다.


단순히 거리의 변화라기보다,

스스로의 변화가 만들어낸

‘거리의 재인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2~3번의 고지에 가까운 킬로수를 이겨낸 것뿐인데 말이다.


그동안은 왜 그토록 이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을까.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선택들은

참으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막연하게만 보이던 거리도,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

조금씩 형태를 드러내고,


결국에는 도달 가능한 곳으로 바뀐다.

그저 마라톤이라고 해서

꼭 뛰어가는 것만이 전부라고 여겼던

고지식한 논리는 내려놓아야 한다.


처음에는 서툴고,

힘에 부쳐도 멈추지 않고

걷고, 뛰고, 때로는 엎어지기도 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온 길이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는 힘은

이미 그 안에서 길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걸어온 발자국들 속에서 뒤늦게 알아차리게 된다.


좀 늦은 것 같다고 해서

행복이 내 곁에 머물러 있지 않다고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행복은 늘 앞서 있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한 걸음씩 걸어온 시간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밀어주고 자연이 끌어주는 흐름 속에서

나는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보이지 않던 길도

걷는 만큼 드러나고,

멀게만 느껴지던 종착지도

어느새 다가온 청명한 하늘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