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4
나는 지금 어둠 속에 누워있다. 방안을 은은하게 밝히던 노란 조명은 꺼진 지 오래고 방안의 모든 것들도 조명과 함께 색을 잃었다. 간신히 사물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달빛만이 창을 통해 들어와 나에게 낮과는 다른 흑백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암막커튼은 오롯한 어둠을 만들어내려 애썼지만 커튼의 작은 틈새로 들어오는 달빛을 막아내긴 무리였다.
어둠 속이라 해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곁에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숨을 자그마하게 내뱉으며 잠을 자고 있다. 혼자는 아니지만 어둠 속에 홀로 깨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잠들지 못하기에 깨어있다. 머릿속을 돌아다니며 오늘의 나를 꺼내고 과거의 나를 뒤척이며 나를 괴롭게 하는 나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어제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나는 조금 괴로웠다. 어제도 오늘과 같이 나는 과거에 발 묶여 잠에 들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를 알아차렸다. 나의 과거의 기억 속 감정들은 왜 모두 어두운 것일까. 왜 행복하고 기뻤던 그런 기억은 쉽사리 나를 찾아오지 않고 나의 무지와 잘못에 괴로워했던 그런 고통스러운 기억들로만 나는 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행복했던 순간들은 쉽사리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행복했던 순간은 분명 많았다. 웃음을 지었던 날들이 울음을 자아내던 날들보다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 속 나는 쓴웃음 혹은 웃더라도 후회를 동반한 웃음만을 짓고 있었다.
나는 과연 진짜 행복을, 기쁨을 모르기에 이런 걸까? 아니면 너무 많이 곱씹어버린 과거는 더 이상 그때의 모습을 취할 수 없어 이렇게나 변색되어버린 걸까.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잠들 수 없는 밤이 늘어가는 기분이다.
절대 변할 수 없는 행복을 지닌 기억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