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라니 Jul 02. 2021

어쩌다 보니 세 번째 신입사원

삼십 대 중반에 다시 신입사원이 됐다.


첫 직장에는 스물여덟에 입사했다. 동기들 나이는 스물다섯부터 서른까지 다양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땐 서른 살 동기가 신기했다. 나이의 장벽을 넘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다. 동기는 회계사 시험준비로 입사가 늦어졌다. 회계사는 못 됐어도 수험기간 쌓은 역량을 인정받아 회계팀에 배치됐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은 과장 승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때의 동기보다 네 살이 많은 난 얼마 전 세 번째 직장에 입사했다. 경력직이 아닌 신입사원으로 말이다. 경력을 쌓아 이직하고, 올라간 몸값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이직시장 관점에서 보자면 내 커리어는 실패나 다름없다. 첫 직장에서 받던 연봉을 받으려면 앞으로 삼 년은 더 있어야 한다. 돈만 보자면 십 년 동안 제자리걸음인 거다.


첫 직장은 2년, 두 번째 직장은 4년간 다녔다. 첫 번째 직장은 롯데그룹 계열사였다. 임금이 짜고 기업문화가 안 좋기로 유명한 롯데였지만 그래도 그중에는 돈을 가장 많이 줬다. 첫 직장 버프를 받아 열정적으로 일했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단지 그곳이 사기업이기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내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기에 '나의 일'이 그저 한 명의 재벌을 배 불리기 위한 것이라는 회의를 견디기 힘들었다.


두 번째 직장은 공공기관이었다. 이직 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내 업무는 곧장 바깥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영됐다. 민원인들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천직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처우는 보통이었다. 공공기관 중에 딱 중간 수준의 월급을 받았고, 승진을 해봤자 급여 차이가 없어 경쟁이 덜 한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다. 그리고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본사가 충북에 있다는 점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지방근무는 크리티컬한 장애물로 느껴졌고, 결국 삼십 대 중반에 다시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직장을 선택할 땐 내 직업관을 잘 몰랐고, 두 번째 직장에 들어갈 땐 상황이 변하면 직업관도 변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싱글일 때 좋은 직장과 가정을 이뤘을 때 좋은 직장은 명백하게 달랐다. 조금만 더 멀리 보고 선택했다면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더라도 소중한 시간을 아꼈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이 매거진을 통해 두 번의 이직을 하게 만든 시행착오의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인생에 남은 선택이라도 현명하게 할 수 있는 토양으로 삼고자 한다.


진로나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내 경험이 도움됐으면 좋겠다. 급여소득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져 회사에 충성하는 것은 더 이상 잘 사는 거라고 회자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렇기에 우린 직장에서 얻길 원하는 게 무언지 명확하게 알고, 그걸 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한다. 사기업과 공공기관, 그리고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현 직장에서 느낀 각 직종의 장단점을 정리하고, 이직을 준비하며 도움된 나름의 팁들도 공유하고 싶다.


회사는 결코 거기서 거기가 아니며, 월급쟁이 인생 다 똑같다는 말은 믿을 게 못 된다. 밖은 지옥이라는 생각에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에서 존버하는 건 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러나 멀리 보지 못하고 직장을 선택해 이직을 반복하는 일 역시 어리석긴 마찬가지다. 나같은 보통의 직장인들이 부디 자기에게 맞는 직장을 일찌감치 찾았음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