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마라

by 이영범

친구 네 명이 저녁에 소주 한 잔 하기 위해서 전철역에서 만났다.


“뭐 먹지?”

“오랜만에 삼겹살에 소주 할까?”

“삼겹살은 뱃살 때문에 좀...”

“그럼, 회 먹으러 갈까?”

“지금 날씨에 회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

“민속주점에서 해물파전에 동동주 어때?”

“동동주는 배가 불러서...”


나와 소주를 마시는 사람은 메뉴를 고를 때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냥 눈에 띄는 곳 아무데나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이렇게 따지는 사람이 있다. 뭐, 따지는 건 좋다.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하니까 먹고 싶은 걸 찾는 건 좋은데 남이 하는 말에 대해서 토만 달 뿐이지 정작 자기는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는 것이 문제다. 남이 하는 말에 반대를 하거나 토를 달려면 자신의 의견도 있어야 한다. 대안이 없는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할 뿐 의미가 없는 것이다.


고양이의 위협이 무서워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자는 의견을 낸 쥐들의 동화는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다. 사실 쥐들의 의견은 매우 훌륭했다.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 생각을 하다니, 쥐의 아이큐로 그런 훌륭한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은 칭찬을 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방울을 어떻게 다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쥐처럼 생각하면 사업은 간단하고 못할 사업이 없다. 그런데 막상 따져보면 할 수 있는 사업이 별로 없다.


사업을 선택할 때 먼저 생각해야할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은 정말 훌륭한 사업이다. 어떻게 그런 훌륭한 아이디어를 냈는지, 극찬을 할 만한 사업이다. 하지만 문제는 쥐는 그것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사업? 간단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 목 좋은 곳에 점포를 열어서 광고 선전을 많이 하여 손님을 모아서 열심히 하면 금방 돈을 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려고 한 번 다녀봐라.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직장 생활할 때 소속팀의 실적이 안 좋아서 여직원 포함 모든 직원이 회의실에 모여서 단체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사실 회의라기보다는 그냥 모여서 얘기 한 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팀장도 워낙 답답하니까 그냥 전 팀원을 모아놓고 하소연이나 넋두리라도 늘어놓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모여서 팀장이 한 동안 자신의 넋두리를 늘어놓더니 한 마디 뱉는다. “어떡하면 좋겠냐?” 아무도 말이 없다. 사실 할 말이 없다. 팀장이 대책이 없어서 저러고 있는데 팀원들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대책을 내 놓을 수 있단 말인가? 모든 팀원이 이미 커피를 다 마셔서 바닥이 마른 종이컵 테두리만 만지작거리면서 머리 숙이고 있는 저 구석에서 신입사원 한 명이 혼자 속삭이듯 말한다. “잘...” 그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당시 회의실 분위기가 워낙 조용하고 가라앉아 있어서 그 소리는 또렷하게 모두들에게 들렸다. 팀장이 크게 화를 내면서 소리친다. “이 자식이 지금 장난치나? 지금 이 회의가 장난이야?”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팀장이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가면서 회의는 끝났다. 하지만 팀장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 신입사원을 욕하지 못했다. 모두 똑같았으니까.


따져보면 그 신입사원의 말이 맞다. “잘...” 그보다 더 훌륭한 답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답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식의 말이다. 그 신입사원은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머릿속에는 학생의 마인드가 남아 있었나 보다. 사회인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실행하지도 못할 대책은 대책이 아닌 것이다. 대안이 없으면 반대를 하면 안 되듯이 실행가능성이 없으면 대책이 아닌 것이다. 실행가능성이 없는 대책이나 정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책이나 정책이라기보다는 희망사항이나 꿈에 가깝다. 우리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얘기할 때 ‘꿈꾼다’라고 한다. 물론 꿈도 가끔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그것은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사업거리 천지다. 맞다. 주변은 온통 사업가들이다. 하지만 그 모든 사업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것 뭐가 있나”라고 하는 말은 중고등학생이 장래희망을 적을 때나 하는 얘기지 직장인이 사업을 선택할 때는 자신의 역량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사업과 할 수 없는 사업을 구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 주변에 수많은 사업거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없는 사업은 사업이 아니고 그냥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꼭 명심하라.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된다는 멋진(?) 아이디어를 내놓고 스스로 만족하여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바보는 되지 말기 바란다. 그 사업은 곧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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