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거북이한테 진 이유
토끼는 참 멍청하다. 남은 거리 얼마나 된다고 골인지점 지나고 마음 편하게 놀면 될 걸. 그리고 거북이도 참 멍청하다. 가능성 있는 시합을 해야지, 어떻게 거북이가 토끼랑 달리기 시합을 하냐? 수영 시합도 아니고. ‘이건 애들 동화에서나 있을 법한 동물 이야기이지, 지능지수가 높은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사는 실제 사회생활에서는 토끼 같은 사람도 없고 거북이 같은 사람도 없다’ 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 사회생활에서 유심히 살펴보면 토끼 같은 사람도 의외로 많고 거북이 같은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냥 단순히 달리기 시합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것을 우리 인생의 전체로 생각해서 상상해보기를 바란다. 그럼 출발점은 어느 시점이 되고 골인지점은 어느 시점이 될까? 태어나는 시점이 출발점이고 세상을 하직하는 시점이 골인지점일까? 정답은 없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목적하는 바에 따라서 출발점과 골인지점을 달리할 수도 있다. 길게는 인생 전체를 그 구간으로 볼 수도 있고, 짧게는 백 미터 달리기 출발지점을 출발점으로 결승선을 골인지점으로 해도 된다. 아무튼 자기가 목적하는 바에 따라 출발점과 골인지점을 달리하여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을 한 번 해보자. 그리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정말 토끼 같은 사람들, 거북이 같은 사람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다.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는 테헤란 밸리의 벤처 신화, 30대 초반에 부동산 경매로 수십억을 벌었다는 사람. 그들은 과연 달리기 시합을 마치고 골인지점을 지났을까, 아니면 레이스의 중간에 있는 것일까? 그들은 지금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어디서 놀고 있을까? 젊은 지식인에 선정되어서 전 국민의 선망이 되었던 영화감독이 파산하고 회사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 단순히 영화가 실패해서 그렇게 되었을까? 이들은 모두 토끼처럼 달리기 시합 도중에 다른 짓을 했기 때문이다. 이태백이 공부를 하다가 중간에 지쳐서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바늘을 만들기 위해서 도끼를 갈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 감동 받아서 다시 돌아가 공부하여 위대한 문인이 되었다는 유명한 고사성어 마부위침(磨斧爲針), 전형적인 거북이다. 바늘을 돈 주고 사면 될 걸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느냐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여기서 이 글을 그만 읽어도 좋다.
토끼와 거북이라는 동화가 시사하는 바는 ‘부지런하게 열심히 일하면 이길 수 있다’가 아니다. 거북이는 아무리 부지런히 열심히 달려가도 절대로 토끼를 이길 수 없다. 이 동화를 보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거북이의 노력과 끈기가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토끼가 왜 시합에서 졌느냐를 배워야 한다. 거북이는 토끼를 보고 달리지 않았다. 출발하자마자 토끼는 이미 거북이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거북이는 부지런히 걸었다. 왜냐하면 거북이의 머릿속에는 토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골인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토끼의 머릿속에는 골인지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거북이가 있었다. 토끼의 목적은 어느 순간엔가 골인지점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거북이를 이기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거북이가 보이지 않는 순간 쉰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를 하고 있는 거북이라고 가정하고, 지금 당신이 어디쯤 있는지를 한 번 상상해보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분명 토끼는 아닐 것이다. 토끼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분명 거북이다. 지금 눈에 토끼가 보이는 사람도 있고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토끼를 보려고 하지 말고 골인지점을 보려고 해보라. 지금 골인지점에 무엇이 있는가? 돈? 명예? 가족?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보고 달려야 한다. 중간에 토끼가 자고 있다고 해서 같이 자려고 하지 마라. 중간에 나 보다 느린 다른 거북이를 만났다고 기뻐하지 마라. 오로지 골인지점을 보고 열심히 달려야 한다.
자, 이제 당신은 골인지점을 보고 달리고 있다. 그러면 달리면서 지금의 직장을 보라. 골인지점에 도착하기 위해서 지금의 직장이 충분한가? 중간에 그만둘 가능성은 없는가? 혹시 운이 좋아서 정년까지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 골인지점에 도착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답한다면 당신은 뭔가 좀 특별한 사람일 것이다. 가족 없이 혼자 산다거나, 욕심이 전혀 없는 종교인이거나, 아니면 무책임한 사람일 것이다. 자신을 믿고 바라보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직장생활에 절대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