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하나 있는데 1층 상가에는 작은 의류 점포가 하나 있다. 매일 지나다니면서 그 점포를 보면서 나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저 점포가 장사가 될까?’ ‘과연 누가 저런 점포에서 옷을 살까?’ 그런데 의외로 장사가 잘 되나 보다. 수시로 점포 앞 작은 공간에 전시용 옷걸이를 내놓는데 옷들이 자주 바뀌는 걸 보면 그 전에 전시했던 옷들은 다 팔았다 보다. 그런 작은 점포에서 재고를 많이 보유하지는 못할 테고, 그렇다고 안 팔린 제품을 반품할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보이니까.
아내와 가끔 동대문시장 쇼핑센터에 옷을 사러 간다. 보통 동대문시장 쇼핑센터에 옷을 사러 간다고 하면 가격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내가 동대문시장 쇼핑센터에 가는 이유는 가격만은 아니다. 동네 의류 점포에는 없는 조금은 특별한 옷이 필요한 경우에 동대문시장 쇼핑센터를 이용한다. 물론 인터넷이 있기는 하다. 필요한 옷이 동네 의류 점포에 없을 때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하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옷을 인터넷쇼핑몰에서 살 경우에는 색상, 디자인, 사이즈 등이 실제로 입어보는 것과 다를 수가 있고, 그럴 경우 반품 등 복잡하고 귀찮은 처리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내는 옷은 가능하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입어보고 산다.
아내가 동대문시장 쇼핑센터에 옷을 사러 간다고 하면 나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같이 간다. 경제의 흐름을 느끼기 위해서는 일반 시장을 가끔 방문해서 일반 시장의 활기를 느껴봐야 하는데, 업무 성격상 일반 시장을 둘러볼 일이 생기지 않는 나는 아내가 옷을 사기 위해서 일반 시장을 간다고 하면 도와준다는 핑계로 같이 가서 일반 시장에서 일어나는 경제의 흐름을 느끼곤 한다.
동대문시장 쇼핑센터에 있는 옷들 중에서 동네 의류 점포에서 봤던 옷들이 보인다. 보는 순간 궁금해진다. ‘과연 가격이 어떨까?’ 확인해 보니 싸다. 차이가 좀 난다. 그 옷을 동네 의류 점포에서 샀다면 억울할 정도로 싸다. ‘같은 서울에서 이래도 되는 거야?’ ‘조금만 시간 내서 발품을 팔면 구할 수 있는 제품을 이렇게 가격 차이를 내서 팔아도 되는 거야?’ ‘동대문시장 쇼핑센터가 제조사도 아니고 여기도 똑같은 의류 점포인데, 같은 서울 내에서 전철로 한 시간 거리에서, 같은 성격의 점포에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도 되는 거냐고!’. 된다. 당연하다. 그것이 장사다. 가격은 단순한 산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업 그러면 거창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 더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느 날 거래처 직원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를 하는데 한 잔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서 아내와 한 잔 더 하려고 동네 마트에 갔더니 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그 옆에 불이 켜져 있는 편의점에 갔더니 마트에서는 1,100원인 소주 한 병이 편의점에서는 1,400원이다. 300원이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조금만 일찍 왔으면 1,100원에 살 수 있는 제품을 300원 비싸게 사야하니 억울할 수밖에. 하지만 나는 샀다. ‘지금까지 술집에서 3,000원에 마신 술이니 그것 보다는 싸잖아’ 하면서. 만약 누군가가 12시 이전에 마트에서 소주를 1,100원에 사서 12시가 넘기를 기다렸다가 나 같이 늦게 귀가하는 사람에게 판다면 즉시 300원을 남길 수 있다. 한 시간에 약 30%의 마진, 대단한 고수익 사업 아닌가?
사람들은 사업 그러면 되게 거창하게 생각한다. 뭔가 중요한 제품을 취급해야 하는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장사나 사업이나 뭔가를 사고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것은 다 같은 것이다. 멋진 대형 빌딩으로 출근해서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 가면서 팔아야 중요한 사업이고, 길거리에서 고함을 지르면서 파는 건 그냥 허접한 장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똑같은 상추를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깔끔한 개별 포장으로 팔면 멋진 사업이고, 전통시장 좌판대에 쪼그리고 앉아서 검정 비닐봉투에 담아서 팔면 허접한 장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사업을 거창하게 생각하니까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거래는 사업이다. 제조사에서 구매해서 매장을 차려서 직원을 고용하고 광고 선전을 해서 널리 알리고 하는 것도 사업이지만, 동대문시장 쇼핑센터에서 눈에 띄는 디자인의 옷을 한 두 벌 가지고 와서 동네에서 조용히 파는 것도 사업이다. 매장 없이 가가호호 방문 판매를 한다고 해도 그것 역시 사업이다. 사업을 크고 어렵고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지 마라. 사업에 대한 마인드를 새롭게 한 후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라. 주위는 온통 사업거리 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