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꽃을 파는 것이다(2)

by 이영범

--- (1)에서 계속 ---


“나는 그 자리에서 장미꽃을 서른 송이 샀어. 그리고 인근 팬시점에서 작은 꽃병을 서른 개를 사서 장미꽃을 한 송이씩 꽃병에 담아서 약국에 하나씩 갖다 놓았어. 대부분의 약국에는 손님이 대기하는 작은 라운드 테이블이 하나씩 있거든. 거기에 갖다 놓았지.”

“왜 하필 꽃인데요?”

“당시 약사는 대부분 여자였어. 지금도 약사는 여자가 더 많잖아? 여자는 꽃에 약하잖아.”

“아, 정말 굿 아이디어네요. 그런데 그럼 돈이 많이 들었겠는데요?”

“처음에는 돈이 좀 들었지. 꽃병까지 샀으니까.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꽃만 바꿔주면 되니까 그렇게 큰돈이 들지는 않았어. 그리고 매일 꽃을 사니까 꽃 파는 아줌마가 싸게 주더라고, 하하.”

“꽃을 매일 바꾸셨다고요? 보통 꽃은 물에 담아 놓으면 3일은 시들지 않지 않습니까?”

“그렇지. 보통 3일은 시들지 않지. 하지만 나는 시든 꽃을 바꿔주는 게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매일 꽃을 바꿔줬어. 그리고 가급적이면 꽃 종류와 색상도 매일 다르게 해서 꽃이 바뀌었다는 걸 약사가 알 수 있도록 했어.”

“매일 그렇게 하시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하지만 어떡하겠어? 약사하고 말을 해야 약을 팔 수 있는데 약사는 아예 나하고는 대화 자체를 안 하니 방법을 찾아야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3개월 동안 꽃을 갈아줬더니 어느 한 약사가 나한테 말을 걸더라고.”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아직 성공한 건 아니야. 약을 팔아야지. 그냥 그 약사는 나한테 와서 ‘누구신데 매일 그렇게 꽃을 갈아주느냐’고 물어보더군. 그래서 내가 A제약회사 영업사원 이라고 했더니 ‘아, 그러시군요’ 하고는 그냥 가버리더라고.”

“그냥 갔다고요? 제품 한 번 보자고 하지도 않고요?”

“나도 그 질문을 기대했었는데 그 질문을 하지 않아서 되게 섭섭했었는데, 알고 봤더니 다 이유가 있더군.”

“그 이유가 뭔데요?”


“그리고 며칠 후 언제나처럼 꽃을 바꿔주러 그 약국에 들어갔더니 그 약사가 나한테 와서는 약 좀 줘보라고 하더군. 그래서 약을 꺼내줬더니 받더니 그냥 가더라고.”

“아니, 무슨 약인지도 얘기 안했잖아요?”

“그 사람은 전문가잖아. A제약회사라고 하면 어떤 약인지 대번에 알고 있었던 거지. 그러니 그 전에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도 무슨 제품인지 물어볼 필요가 없었던 거지. 그렇게 그 약사와 거래를 시작하고 나니 인근 약국에서도 말을 붙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A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되었던 거야.”

“야,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보통사람 같으면 그런 일은 시작도 안했을 겁니다. 혹시 시작했다 하더라도 한 달 정도 하다가 지쳐서 포기했을 겁니다.”

“이사장, 영업은 말이야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꽃을 파는 거야. 만약 내가 계속 제품을 팔려고 노력했었다면 전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거야.”


사업을 할 때 보통은 제품 판매에만 신경을 쓰지 그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물론 제품이 기본적으로 제 기능을 해야 하겠지만 고객의 구매는 제품 이외의 것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제품은 내가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이 사는 것이다. 사업은 내가 팔고 싶은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이 사고 싶은 제품을 파는 것이다. 선배도 처음에는 제품 판매에는 집중하여 어떻게든 하나라도 팔아보려고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약사라는 전문 직업인의 마음을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꽃을 이용하여 약사의 마음을 얻으려 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선배는 그 당시의 일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으며, 그러한 마인드로 지금까지 사업을 영위하여 현재 사업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꼭 명심해야할 덕목일 것이다. 나도 가끔 영업을 할 때 선배의 말을 혼잣말로 되새기곤 한다. “꽃을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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