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2)

by 이영범

--- (1)에서 계속 ---


이제 갓 사업을 시작했다는 L씨는 문구를 품목으로 결정한 후 인터넷을 통하여 홍콩의 바이어와 접촉하여 국내 제조업체의 제품을 수출하기로 약속하고 출장을 준비 중인데 고민이 있다고 한다.


“국내 제조업체에서 샘플을 안 줍니다. 카타로그는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샘플은 못 준다고 합니다. 바이어를 만나러 해외 출장을 가야 하는데 샘플 하나 없이 가서 바이어를 만나서 상담이 제대로 될지 걱정입니다. 제가 오랜 사업가도 아니고.”

“국내 제조업체한테 샘플을 무료로 달라고 하셨습니까?”

“샘플은 원래 무료로 주는 것 아닙니까?”

“그런 곳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샘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존 업체한테는 무료로 주지만 거래가 없는 신규업체한테는 무료로 안 주는 업체도 많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샘플을 돈을 주고 구매를 하세요.”

“예?”

“샘플을 돈을 주고 구매를 하시라고요.”

“홍콩 바이어한테는 무료로 줘야 하는 샘플을 저는 돈을 주고 구매를 하라고요?”

“그렇죠. 본인은 돈을 들여서 샘플을 구매해서 홍콩 바이어한테는 무료로 제공하시는 겁니다.”

“샘플 종류가 많아서 샘플 비용이 만만찮은데.”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시면서 제조업체한테는 무료로 달라고 하십니까? 투자라고 생각하십시오. 모든 품목 말고 대표적인 품목 서너 개만 구매하십시오. 바이어가 다른 품목은 샘플이 없냐고 물어보면 ‘해외출장이다 보니 샘플을 가져오는데 한계가 있어서 대표적인 것만 몇 개 가지고 왔다. 추가로 필요한 품목이 있으면 얘기하면 나중에 별도로 보내주겠다’라고 하십시오. 샘플 하나도 없는 상담과 서너 개라도 있는 상담은 천지차이입니다. 샘플이 서너 개가 있으면 모든 샘플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샘플이 하나도 없으면 샘플을 준비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아, 잘 알겠습니다. 샘플을 선별해서 구매하겠습니다.”

“그리고 샘플을 구매하실 때 구매영수증을 꼭 챙기십시오. 그 영수증은 나중에 본인이 제조업체에 오더를 넣을 때 견적서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샘플이라 함은 나중에 팔기 위한 것인데 샘플을 줄 때 가격과 나중에 본 거래할 때 가격이 다르면 안 되므로 그 영수증은 나중에 견적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샘플을 돈을 주고 구매하는 행위는 정식으로 견적서를 받는 것과 같은 행위이니 비록 비용이 들더라도 절대로 손해를 보는 행위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 음식은 장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장은 항상 구더기가 들끓는다. 아무리 청결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발효하는 음식에서 구더기가 안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 안 담글 수 있는가? 그러면 굶을 수밖에.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많이 생긴다. 비용도 많이 들고 어떨 때는 손해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사업이다. 한 방에 날리는 무모한 투자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투자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비용 들여 해외출장도 갈 줄 알아야 한다. 장독 뚜껑을 열었을 때 구더기가 보인다면 ‘장이 맛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라. 사업을 하려는데 이런 저런 일들이 생겨서 머리가 아프면 ‘호사다마라, 사업이 잘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말이다. 구더기가 있는 장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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