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word “힘들다” (2)

by 이영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면서 저녁에 시간이 있냐고 물어봅니다.

술 끊었다고 답 하면서 점심이나 커피는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왜 술을 끊었냐?” “어디 아프냐?” 등등 질문이 쏟아집니다.

어디 아픈 건 아니고 건강 관리를 위해서 술을 안 마시기로 했다고 답 했습니다.

다음에 술 마실 수 있게 되면 보자고 합니다.


오랜만에 얼굴 보고 싶다고 하더니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술을 마시고 싶은데 나를 핑계 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 누군가에게 먼저 술 마시자고 전화를 해서 퇴짜 맞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전화가 오더니 제가 계속 술을 끊었다고 하니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그 친구의 전화는 기다려지지도 않고 전화가 오면 짜증부터 납니다.

술 안 마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술 다시 마시는가 싶어서 거는 전화.

나하고 술 마셔야 하는 지상 과제라도 생긴 모양입니다. ㅋㅋ


이런 친구는 안 만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술 마시자고 연락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만나고 싶지도 않습니다.


모든 친구가 그런 건 아닙니다.

내 건강 등을 물어보더니 점심은 어떠냐고 물어봅니다.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술 마시면서 나눈 이야기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식사하고 커피 마시면서 나눈 이야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이 친구와는 수시로 만납니다.

술 마시려면 날 잡기 어렵지만(집에도 일찍 가야 하고) 점심이나 커피는 날 잡기 어렵지 않습니다.


가끔 저녁도 먹습니다.

저녁에 밥만 먹기 어색하면 가끔은 맥주 한 병을 둘이 나눠 마십니다.

만남이 재미있고 부담가지 않고 가끔은 만남이 기다려집니다.


제가 쓴 책 [시한부 라이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복세편살, 복세정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사는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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