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좀 부탁드릴게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렇게 타고 내렸다.
"안녕하세요.
죄송한데 제가 좀 늦을 것 같아서 빨리 좀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어휴,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녁 6시 30분에 퇴근하면 약속 장소까지 40분 정도 걸린다고 네이버 지도가 안내했다.
"7시 10분쯤에 봐요. 혹시 모르니까 제가 퇴근할 때 다시 연락드릴게요."
회의는 길어졌고 다행히 6시 45분 무렵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약속 장소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는 상대의 말에 마음이 급해져서 앱으로 택시를 부른 뒤 저 말 한마디를 인사와 함께 뱉었다.
타는 곳에서 2분 거리에 있다던 택시는 회사 근처의 지리가 익숙하지 않았는지...
타기 좋게 지하철역 출구 앞에 서있었지만 5분 넘게 빙빙 돌더니 내 앞에 섰다.
이왕 가는 거 좋게 가고 싶어서 텐션을 끌어올린 뒤 기사님에게 서둘러달라고 부탁했다.
이 말 한마디에 그는 고개를 확 돌려 뒷자리에 앉은 나를 보더니 말을 쉴 새 없이 했다.
"타자마자 왜 그렇게 부담스러운 말을 해요!"
"그럼 급할 때만 택시 타고 안 급하면 안 타요?"
"안 그래도 빙빙 돌아서왔구먼..."
그렇게 내가 갈 곳을 향해 차를 튼 그는 갑자기 어린이집 선생님이 된 것처럼 내게
"그러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하고 물었다.
나는 "안 되겠어요. 저기 세워주세요"라고 답했다.
내 돈 내고 타는 택시를 이렇게 버티고 타다가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 멈칫하던 기사분은 갓길에 차를 세우며
"당신 내린다고 아쉽지 않으니, 말 이쁘게 하라"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사장님. 지금까지 제게 말 이쁘게 하셨어요? 저도 앞으로 말 이쁘게 하고 살 테니 사장님도요" 하고 행복하시라는 인사와 함께 내렸다.
다행히 바로 앞에 다른 택시가 있었고 액땜 덕인지 나는 이번에는 편한 이동을 할 수 있었다.
#택시 #이동 #말다툼 #갈등 #일상 #평온 #안정 #시비 #조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