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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사이에 조화를 보냈다

그럴 때도 있다

by 산도

뭔가 살 때 고민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잠깐의 망설임 후에 조화를 결제했다.


3단 근조화환에 '~~~ 동기 일동'이라는 문구를 달고 제대로 배송됐는지 확인했다.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동기들에게 화환을 보냈다고 나중에 말했을 뿐 그저 혼자 생각으로 조화를 보냈다.


살면서 처음 보내보는 장례식 근조 화환이었다.


그와의 마지막 대화는 5년 전인가. 우리가 같이 다니던 회사 인근의 식당에서 마주쳤을 때 나눈 대화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그가 보낸 부친상 알림 단체 문자에 잊고 있던 옛 기억이 확 올라왔다.


나는 당시 방영 중이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깊게 빠져 있었다.


특히 극 중 이지안(아이유) 할머니의 장례식을 박동훈(이선균)의 큰 형과 마을 사람들이 챙겨주는 장면이 유독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화환과 거기에 걸린 이름들을 보던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이 생각났다.


그러다 어떤 식사에서 "우리 동기들끼리 앞으로 경조사는 챙기면 좋겠다" 대충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또 혼자 속으로 '장례식에 화환은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그와 결이 달랐고 우리는 입사 동기라는 끈으로 계속 서로의 소식은 전해 듣겠지만, 퇴사하면 크게 볼 일은 없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애매한 사이다.


퇴사 후에도 계속 친하게 자주 보는 이들을 통해 소식은 꾸준히 들었지만 실제로도 둘이 볼 일은 크게 없었다.


하지만 부음을 알리는 단체 문자에 옛날에 던진 한 마디가 떠올랐다.


그래서 보냈고 동기 중 누군가의 경조사마다 뭉치는 동기들과 장례식장에 갔다.


때로는 오래된 한 마디를 지키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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