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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도 Sep 08. 2021

알바, 알 바? 알바

배움이 짧아 빈말을 못 배웠어요 5 - 인터뷰는 때때로 슬프다

드라마화가 결정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소설의 작가인 직장인,
카카오의 AI, 클라우드를 담당하는 계열사의 개발 총괄 임원,
스노우에서 매드몬스터 필터를 기획한 기획자와 개발자,
대학내일의 마케터, 에디터 등등등

잡플래닛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에 올랐거나 성장가능성, CEO 지지율 등의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직장의 현직자들을 주로 인터뷰한다. 아니면 브런치북 대상을 받았거나 드라마화가 결정될 정도로 이슈를 모은 책의 작가인 직장인들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러다보니 주변에서 나의 직장생활을 더러 꽃밭으로 여다. 방송인이나 리포터가 님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주업으로 삼는 직장인은 흔치 않기 때문인 듯하다. 뭔가 흥미로운 이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이를 콘텐츠로 만드는 직원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는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 인터뷰를 가면 유니콘을 보는 것 같은 시선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는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등을 주제로 한 '논픽션실화극'과 '혼돈의 직장생활'이다.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 제보 중 문제적인 것을 골라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며 논픽션을 쓰거나 노무사, 변호사의 자문을 구해 특정 상황에 처한 직장인에게 대처 방안을 알려주는 콘텐츠다.

때로는 잡플래닛을 벗어나 누군가 임금 체불, 차별 등을 당한 사례를 찾아다닌다. 몇 달 전, 혼돈의 직장생활이 내 차례일 때 나는 아이템을 찾아 온라인 공간을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다 점주에게 밀린 월급을 달라고 했더니 '보복 고소'를 당했다는 한 대학생의 사연을 접했다.

오픈 카톡방을 만들고 소속과 목적을 밝힌 뒤 댓글을 달았다. 몇 시간 뒤 오픈 카톡방에 당사자가 들어왔고 나는 흔히 하던 인터뷰가 아닌 아주 다른 성격의 취재를 시작했다.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는 과정은 같지만, 내용은 꽤 달랐다. 열심히 사는 20대 초반이 겪는 스트레스가 그대로 전해져 몇 차례의 통화와 카톡은 슬펐다.

과거 같은 카페 프랜차이즈의 다른 매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대학생 A씨는 아르바이트가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습 기간 세 달과 법정 최저임금의 90%를 받아들이며 일을 시작했다. 업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서부터 쓸 수 없다는 업주의 주장에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못했다.

A씨는 나흘의 교육을 받고 업무에 투입되었다. 과거의 경험에 교육까지 더해져 일에서 실수도 없었다. 허 지정된 급여일이 되어도 임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틀을 더 기다리다 업주에게 문의했지만 첫 달에는 4일의 교육을 받았고 3월도 수습 기간이니 임금은 4월에 2, 3월 것을 합쳐서 주겠다는 업주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퇴사한 A씨에게 업주는 "출근을 안 해서 매장에 피해가 있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너처럼 생각이 짧은 애는 처음"이라고 폭언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A씨가 업주를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 체불, 휴게 시간 미부여 등의 이유로 신고하자 업주는 A씨를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 카페 인근에서 베이커리도 운영하는 업주는 종종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카페로 가져와 직원들에게 줬는데, 업주는 이를 빌미로 'A씨가 빵을 절도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절도 혐의로 고소당한 A씨는 보복 성격의 고소임을 확신한다며, 사장이 빵을 줬을 때 찍어둔 사진도 있고 직원들이 빵을 가져가지 않으면 업주가 '누가 빵 폐기할 것이냐'는 식으로 눈치를 줬기에 문제 없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A씨가 비슷한 일을 당한 이들을 모아, 공론화하자 업주는 A씨 이후에 입사한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 가게로 오는 문의 전화에 '모른다' '답할 수 없다'고 말하도록 교육한 뒤, 직원의 집 앞으로 찾아가 등의 행동을 했다.

그리고 해당 업주는 <컴퍼니 타임스>의 수차례 해명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나도 대학 시절, 알바를 하며 점주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한 적이 있고 그냥 지나갔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내 알 바가 아닌 이야기가 되었다. 그저 지나간 과거의 일이고 대학생인 이들이 안 좋은 일을 겪는다고 해도 마냥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초 잡플래닛에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알바생들이 당한 억울한 일이 내 일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소스가 될지는 결코 몰랐다. 


이런 부당 대우가 없어질리는 없다. 앞으로도 있을 것이고 사회 초년생들을 괴롭히는 일은 계속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을 줄이는 데에 나와 우리의 노력이 조금이나마 도움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템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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