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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도 Sep 06. 2021

부동산이라는 이름의 전차

배움이 짧아 빈말을 못 배웠어요 4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제목부터 매력이 철철 넘쳐 흘렀다. 오랜만에 뭔가에 홀린 것처럼 클릭했고 3월부터 5월까지 평일 출근 시간에 맞춰 블로그에 연재된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빠르게 읽으면서도 대충 넘기지 않고 모든 문장을 섬세하게 살피며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다.

지금까지 겪은 모든 사회생활 속 부동산 이야기가 그 소설 한편에 제대로 녹여져 있었다. 첫 직장에서 라디오 PD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생방송 부스에서 엔지니어 선배와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동기 중 유일하게 기혼에 자녀가 있던 나는 재테크와 관련된 질문을 더러 받았고, 결론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종종 마무리되었다. 

아이 아빠가 되어 낮은 연봉 속에서 투자 성공을 꿈꾸던 내게 부동산은 늘 매력적인 주제였고 그리고 또 삶이었다. 그렇게 라디오 부스에서 그 건물 속 수많은 이들의 부동산 투자썰을 들으며, 나름의 인싸이트는 커져갔고 주워들은 투자의 결과에 따라 사람이 본래 지닌 크기와 상관 없이 커져보이기도 작아져보이기도 하는 기적을 체감했다. 

그리고 이 작가는 단순한 관찰에서 그치지 않고, 본인이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상사 여러명의 캐릭터를 결합해, 인생 처음으로 소설을 썼다. 

소설 속에서는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은둔 고수로 회사의 모든 이가 부동산에 대해 묻는 송 과장과 가진 집값이 올라 자신의 투자에 성공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명품에 집착하고 가족의 노력은 외면하던 김부장 등의 캐릭터가 나온다. 

소설 속 송 과장의 모델인 실제 작가 역시 인터뷰 자리에서 본인의 글만큼이나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선보였다. 그의 말 중 "제 소설은 투자를 권장하기 위해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주위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송 과장이 인생의 승자고 앞으로 오랜 기간 공실이 예상되는 신도시 상가에 무리한 투자를 해 퇴지금을 날린 김 부장이 루저라는 말이 아니다. 부동산이 이 시대의 욕망을 대변하고, 많은 이들의 자산의 대부분인 점에서 이들의 투자 승패는 앞으로의 인생에서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슬퍼서 울 때, 자전거에 타서 우는 것보다는 벤츠에서 우는 것이 낫다는 말처럼, 더 좋은 집, 부동산에서 외로워하는 것이 아닌 곳에서 외로워하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투자의 성공에는 일단 타인의 말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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