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공부를 하거나 지식이 있다거나 하는 건 없어 할 말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심리라는 말이 들어간 단어와 문장이 싫어졌다.
불편해졌다.
말에는 모든 무의식의 형태가 나온다는 그 말이 불편하다. 불과 한 달 전쯤 mbti, mmpi, 애니어그램 검사를 받았고 내가 이런 성향이구나. 를 알게 되어 좋다고 생각하던 나였는데 스마트폰을 켜고 카카오페이지에 떠있는 각종 심리 해석과 여러 기관(내 일터에도 통용된다)의 심리검사 등에 지쳐버린다.
알고리즘에 의해 유독 내 계정에서만 심리 해석과 정보가 많이 보이는 걸까?
-이런 사람은 만나지 마라
-이런 사람을 만나라
-이런 말을 한다면 가스 라이팅이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제스처의 의미
-가방 드는 방법으로 알아보는 그(그녀)의 행동의 의미 등
그래. 가장 밑에 있는 건 누구나 재미로 보겠지만 너무나 소소한 말과 행동에 의미부여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전제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실수와 잘못을 할 수 있음에도 공부를 했다거나 아니면 범람하는 많은 정보를 이용해 한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추론하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그 전제.
그렇게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내 허락 없이 날 분석하고 내 행동의 의미를 문답지의 보기처럼 정의해버릴 수도 있음에.
적고 보니 내가 이전에 누군가를 그렇게 바라봤음에 싫었던 거구나 싶다.
난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내게 하는 한 마디의 말과 행동에 각종 심리 해석을 동원하여 그들의 정신감정까지 하려 했다.
넌 이런 트라우마가 있구나
말 안 해도 알아.
내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말하지 않았는데 혼자 재단했다.
뭐 틀리면 말고, 오해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위험한 일 겪지 않게, 힘든 일을 겪지 말라고 걱정해서 나온 글은 좋지만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할 때 그 어투, 목소리의 높낮이, 표정, 제스처, 눈빛은 동영상 녹음이라도 해놔야 사실이 보존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 모든 걸 기억하긴 힘들 것이니 어떤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한 번에 재단하진 말자.
이건 내가 내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다행인 건
내 기억력은 좋지 않고, 아마도 나와 비슷한 많은 사람들이 볼 땐 '아! 맞는 것 같아'하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릴 가능성이 있기에 심리정보의 부정적인 면은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