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좋을까?

by 하비

요 며칠은 마음이 축 가라앉았다.

심란하고 나 자신에 믿음이 가지 않는 등 이래저래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있었다.


얼마 전 대회에서 떨어졌다.

작년 대회 공모를 보고 이 대회 꼭 나가고 싶다 생각하던 큰 대회였다.

급하게 연습실 대관을 하고 내 기준에서 만족할만한 동영상을 찍고 제출했다.

작년부터 예선은 비대면으로 치러지는 대회가 많아 처음으로 준비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확신에 찬 기대를 했을까?

떨어지면 창피하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제출을 했는데 참 잘한 것 같다.


제출하고 며칠 후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서로 즐겁게 근황 이야기를 나누다 입이 근질해져 친구에게 대회 참가를 얘기했다. 친구는 보고 싶다 했고 나도 냉큼 봐줘. 라며 평가를 부탁했다.

친구는 어렸을 때 같은 나와 같은 전공을 했고 이후 석사 졸업을 했는데 지금은 전공과 다른 일을 하는 친구로 어릴 적에도 여러 번 입상을 던 친구라 동영상을 보내면서도 긴장이 됐다.

친구에게 동영상을 보내고 바로 다음날부터 친구의 연락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없는 것이다.

3, 4일은 꾹 참다가 5일째 되던 날은 못 참고 친구에게 전화했다.


"정아야.. 바빠?!"

"하비야! 아냐 나 일 끝나고 지하철이야.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동영상 보내고 네가 말해준다고 했는데 아무 말이 없어서.. 너무 아니어서 말하기 곤란해서 전화 안 하나...."

"ㅋㅋㅋㅋㅋ아 아냐!! 오히려 뭔가 아닌 거 같으면 솔직하게 말해줘야지 싶었는데 잘하던데?! 그래서 말 안 한 건데 기다렸어?!"

"진짜? 아니.. 아닌데 내가 전화해서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야. 하비야 진짜야. 확실히 예전엔 학생 느낌이 있었는데 이젠 아니야. 정말 잘해. 나 사실 깜짝 놀랐어."


이후부턴 계속 진짜? 진짜? 의 연속이었고 그날 통화를 끊고 괜히 심장이 설레발치듯 두근거리고 정신이 또렷해져 잠을 뒤척였다. 내 생각에도 가능성 있겠다 싶었던 마음이 친구의 말로 더 용기를 얻어 이미 김칫국을 마시고 그렇게 결과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과 발표날, 그날은 멈춤 없이 일이 계속 이어진 날이라 다행히 홈페이지를 밤늦게 확인했다.

내 부문은 기간 내에 결과 발표가 언제 날 지 몰라 매일 확인을 하던 차였는데 드디어 결과가 올라온 것이다. 긴장하며 공고를 눌렀고 스크롤을 내렸다.

결과는 탈락. 더 확인할 필요도 없이 화면엔 내 이름이 없었다.

바로 뒤로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떠오른 생각은 왜? 더 깊은 속마음은 아니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잘해? 였다.

그렇게 혼자 왜?라고 되물었지만 다시 내뱉은 왜가 왜겠어? 였다.

다른 참가자의 영상을 못 보니 알 수가 없었고 더 분해봤자 결론은 내가 실력이 안돼 떨어짐밖에 안되니 갑자기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졌다.

그날은 약간의 분도 스스로 모른 체했고 혼자 있음에도 내 자신에게 쿨한 척을 해댔다.

잠이나 자야지. 지금 안 자면 내일 또 힘들어.

친구에게 힘을 얻은 날보다 더 빨리 잠든 그날. 그날 이후로 삼일을 아팠다.

거하게 아팠다기보다 약간 으슬대고 쉽게 피로하고 이거 지금 못 쉬면 분명 고생할 거 같은 그 언저리였고

컨디션 조절을 핑계 삼아 며칠을 설렁설렁 지냈다.


그러다 어제 진행한 수업에 활기를 되찾았다.

이후 다시 컨디션이 살아났다 싶었는데 그날 잠들기 전부터 눌러온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했냐고 묻는다면 그래 최선을 다했다. 사실 최선이라기보단 기대해도 될 결과를 제출했다고 생각해 그걸로 만족을 했다. 힘들어. 이제 그만할래 싶을 때 한 번 더 해보자 했고 그 시도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했다.

더 했어도 더 잘하진 않았을 것 같아. 이게 내 솔직한 마음이어서 그럼 미련은 없어야 될 것 같은데, 지금 내 마음은 미련보단 만족할만한 결과물에도 입상을 못할 거면 이런 실력으로 뭘 해?라는 책망에 가깝다.

이런 실력으로 뭘 한다고 전공을 업으로 삼으려 해?

그냥 너도 안정적인 직업 갖고 취미로 해.


직업과 취미의 딜레마가 다시 시작됐다.

이미 문화예술분야 종사자분들은 코로나 이후로 또는 다른 이유로 본업의 경계선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 병행 중인데 이젠 제대로 본업을 다른 일로 삼는 병행을 해야 된다는 결론으로 기울인다.

어릴 땐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은 어떤 방법으로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도 이젠 자존심이 상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긍정적 타협. 나 자신과 타협을 해야겠지 싶다.


끝으로 결론은 그렇게 기울인다는 것이고 지금 당장은 용하다는 점집을 예약할까 말까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