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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Mar 11. 2022

모든 결에는 그림자가 있어

몰래 적는 사랑고백, 시작

 모든 결에는 그림자가 있다. 일례로 물결을 보자. 위쪽은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지만 아래쪽은 짙고 검푸르다. 꿈결도 마찬가지로, 볕을 골라 다니지 않으면 그림자에 발 들이기 십상이다.

 그림자라고 다 나쁜 건 아니지만 꿈결같은 사랑에 딸려오는 그림자는 항상 아팠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으면 외로웠고, 곁에 있으면 외롭고 싶었다. 모든 결에는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모든 곁에는 틈이 있었다. 그 사이로 부는 바람은 항상 차고 매서워서 손이 꽁꽁 얼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중이거나 사랑하지 않는 많은 순간에 내 풍경은 자주 겨울이었다. 달리 갈 곳도 없어 그 속에 서있다 보면 눈이 내리고, 발끝이 젖어와 양말이 축축해졌다. 언 발을 꼼지락거리다 지칠때 쯤 걷기 시작했으나 시린 발끝은 녹지 않았고, 그게 너무 서러워서 자주 울었다.

 혼자 울다가 잡아챈 옷깃은 당신의 것이었다. 꼭 쥐고 놓지 않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여기는 더는 겨울이 아니고, 이 마음에 그림자가 따라와야 한다면 나는 그 속에서도 혼자이지는 않을테다.


 내 옆에는 지금 두마리의 고양이와 한명의 배우자가 있다. 고양이는 논외로 치더라도-물론 앞으로 자주 지면에서 사랑을 속삭일 예정이다- 배우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지금까지 겪었던 사랑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너무 사소해서, 하나하나 말하기엔 낯간지러워서 '사랑한다'는 결론만 전한 순간들의 뒷 이야기를 이곳에 몰래 적어보려 한다. 내가 당신을 왜, 어느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는지. 이렇게 부끄러운 이야기는 당신만 모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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