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효과란
4월이 시작하고 대기에서 나는 냄새가 갑자기 달라졌다. 들이켜는 공기는 습해졌고, 살아있는 생물들의 냄새가 난다. 대기의 냄새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에서 비롯되는데, 식물들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향을 띠고 있는 화합물을 더 많이 방출하기 때문에 대기의 냄새도 변한 것이다. 건조한 바람냄새가 났던 겨울에 반해 리날룰이나 제라니올 따위의 방향물질이 호흡에 섞여오는 계절이 되었다. 또한 같은 냄새라도 따뜻한 계절에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느껴진다. 길을 걷고 있으면 며칠 새 달라진 공기를 통해 느껴지는 북적거림이 약간 부담스럽다.
특정한 냄새가 맛이 과거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주인공이 마들렌 과자를 홍차에 적셔 먹은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장면이 있다. 프루스트 효과라는 말은 본래 이 장면에서 유래한 문학적 은유의 표현이었으나 이후 신경과학적 근거를 가진 것이 밝혀진다.
시각, 촉각 등의 다른 감각과 다르게 후각 정보는 시상을 거치지 않고 편도체와 해마에 곧바로 전달된다. 편도체는 감정을 처리하고 해마는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데, 후각은 이 영역으로 빠르게 전달되기 때문에 특정한 냄새가 감정을 동반한 생생한 기억을 되살아나게 할 수 있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공간에서 나는 냄새가 있었다면 두 경험 간의 연결이 강화되어 향후 유사한 냄새를 만났을 때 이 기억을 불러오는 회로가 활성화된다.
공간에는 저마다의 냄새가 있어서 새로운 장소에 발을 들이면 시각과 함께 후각 정보도 곧장 뇌로 들어온다. 혜화역에서는 커피와 음식냄새가 나고, 강남역을 나서면 옅은 담배냄새가 난다. 일본을 여행하기 전에 간사이 공항에서는 간장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몰라도 막상 공항에 도착해 보니 그냥 공기청정기 냄새가 났던 걸로 기억한다. 러시에서 나오는 바디 스프레이의 강한 냄새를 맡으면 매장의 외향적인 분위기가 떠올라 걸음을 돌리고 싶어진다. 러시의 샤워젤을 좋아하지만 매장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 이유다.
가끔 오감이 전하는 정보가 그 순간에 알맞게 자리하는 경우가 있다. 준비된 무대에 배우를 세우고 스포트라이트를 쬐는 것 같은 순간이다. 창덕궁에 매화가 피는 시기의 초저녁이 그렇다. 낮의 밝은 햇빛이 조금 산만하게 만들던 꽃은, 공간의 조도가 낮아지면 차분하게 아름다워진다. 어떤 향수는 밀폐된 공간에서 매력적이고, 또 다른 향수는 바깥바람을 만났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닫힌 방안에서는 머리가 아플 수 있는 우디향의 향수들은 약한 바람에 섞일 때 조향사가 의도한 향을 낸다.
이렇게 특정한 시간과 공간, 빛과 공기의 조건이 알맞게 맞물릴 때, 향은 단지 냄새가 아니라 하나의 장면이 된다. 이것이 장기기억으로 뇌에 자리하게 되고, 반추되는 것이 프루스트 효과다. 프루스트 효과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까지도 재현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추상적이고 간략해지지만 냄새를 통한 회상은 그 기억을 감각적으로 정확하게 되살린다. 시간의 선형성을 무시해 수십 년 전의 감각을 불러와 현재와 동기화하는 공명 효과가 있다. 모두들 오감이 적절한 자리에 자리했던 저마다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