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생각
마시멜로 실험은 이젠 식상하리만치 유명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EBS에서 이 실험을 다루고 나서 우리나라에서의 인지도가 올라갔을 것이다.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10분 동안 앞에 놓인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수십 년 간의 패널 조사를 바탕으로, 마시멜로를 바로 집어먹지 않고 참아낸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사회적 성공을 거두었음이 드러났다.
나는 참는 쪽의 유형이었다. 사실 마시멜로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참기 위해 억지로 시선을 돌리거나, 손발을 꼬으며 버텼던 피실험자들과 달리 어떤 마시멜로에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기 때문에 참을 수 있었던 것이지만. 마시멜로에 크게 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하나보단 둘이 낫다는 단순한 결론으로 참는 쪽이었다. 그때는 마시멜로가 상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물이든 지식이든 수집하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버릇이 있다. 어릴 때 뭔가를 사면 내용물 보다 잘 포장된 상자를 좋아했었다. 지금도 자라 홈에 갈 때마다 다른 건 사지 않고 수납 케이스 같은 걸 사서 나오는 걸 보면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고쳐지지 않을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잘 정리해서 감추다 보면 정작 쓸 일은 없게 된다.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은 잘 입지 않게 되고, 좋아하는 액세서리나 펜, 가방도 새것이나 다름없는 채로 몇 년씩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옷은 철이 지나고, 펜은 잉크가 말라붙어 못 쓰게 되는데 말이다. 마시멜로는 참으면 무한정 늘어나는 게 아니라, 딱딱하게 굳고 맛이 변하는 것이었다.
취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음원을 꽤 많이 모았는데, 모으는데 집착하다 보니 정작 그중의 몇 퍼센트도 자주 듣지는 않는다는 걸 느꼈다. 물론 몇 백 기가바이트의 곡들을 일일이 듣고 있을 수는 없지만, 플레이리스트를 훑다 보니 담아 놓고 듣지 않은 곡들이 너무 많았다. 몇 년 전에 저장해 두고 잊어버린 곡은 이제는 취향에 맞지 않아 듣지 않게 되기도 한다.
타고난 기질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의도적으로 삶의 방식을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아침에 선크림을 바르느라 거울을 보는데 나이 들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면 다음번에 거울을 마주할 때에는 눈가에 주름이 파여 있을 것이다. 마시멜로를 즐길 '언젠가'를 위해 기다리다 결국 다 굳어버린 마시멜로를 받아 드는 것은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