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하기에 매우 긴 연휴였다. 부담스러울만치 길었다. 연휴라고 마냥 쉴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있을 때 밀린 문제들을 좀 해결하기로 했다.
1. 수면 문제
이제 어리지 않다는 걸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 추석 전날 심장 부근이 아팠는데, 병원은 휴진이니 의사 지인에게 연락을 했었다. 아무리 늦어도 12시에는 자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4시나 되어야 잠드는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수면 부족은 10대 때부터 있던 문제라 이참에 해결해 보려는 시도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2시에 눈감는 건 아직 어렵고 1, 2시에는 잠드는 것 같은데 아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늦게 잠들면 심장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야 알면서도 그간 잠을 미뤄온 것이지만, 이번에는 평소보다 퍽 통증이 심했던 터라 당분간은 일찍 잠드는 것으로 해야겠다.
2. 대충 살아보기
스스로를 다소 과하게 박대해 왔다는(솔직히 아직 다 동의하진 않지만) 결론을 얻고 나서 대충 살아볼까 마음을 먹었다. 책상에 먼지가 좀 앉아도 그냥 두기로 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곧장 가방을 가죽 클리너로 닦아서 더스트백에 넣어두는 것도 일주일에 한 번만 하기로 했다. 안 쓰는 펜에 잉크가 들었어도 그냥 두기로 했다. 확인한 메일은 바로 삭제하는 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좋은 건 좋다고 하고 싫은 건 싫다고 하기로 했다. 찰나의 생각까지도 검열하는 습관을 좀 느슨히 하기로 했다. 이 글도 대충 쓰고 있다. 편의점에 갈 때는 차려입지 않고 대충 나가기로 했는데, 이건 실패했다. 예전에 뇌과학을 전공한 지인이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게 건강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어렵다. 전술한 일상생활 문제든, 대인관계나 일 문제든, 이렇게 못난 자신을 보고도 어떻게 관대할 수 있는지.
3. 잘한 일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면 이게 좋은 게 맞는지, 얼마나 좋은지 가늠이 어려워서 좋아한다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데 음악만큼은 확실히 좋아한다. 지금은 왕래가 잘 없지만, 노래를 정말 잘하는 지인이 있다. 그 지인이 부른 노래를 외장하드에 여러 곡 가지고 있다. 이번에 가진 곡들을 분류하면서 듣고 있는데 음질이 아쉬웠다. 상업용 음반처럼 수음된 것들이 아니라 그냥 휴대폰 마이크로 녹음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믹싱을 직접 해서 개선해 볼까 하다가 내 능력으로는 되려 망쳐놓을 것 같아 작업실에 의뢰를 했다. 결과가 생각보다 좋았다. 돈이 좀 들었지만, 두 배가 더 들었어도 만족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잘한 일이 없지만 이번 일만큼은 좀 잘했다고 생각한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Safe & Sound라는 곡을 커버한 게 있는데, 어떤 가수의 어떤 앨범보다도 좋아서 지금도 듣는 중이다. 나중에 상업용 음반처럼 CD를 만들어서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