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두 번 본 영화는?

강조되고 반복되는 소리는 사람을...

by SBOOI
인생 영화가 있으세요?

(인생 영화라... 순간 떠오른 영화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1. 가장 최근에 본 영화를 말한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

2.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를 말한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위플래쉬'

3.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말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


지난 촬영과 오고 가고 인사한 자리를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세 번째 만남이었고 그중 한 번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진탕 술을 마시다 도망갔던 술자리였고, 그중 두 번이 미팅 자리였다. 첫인상은 이랬다. 유튜버 밥굽남과 비슷한 풍채에 필자보다 약간 작은 키 (필자는 185cm로 콘서트에 가면 무릎을 굽히고 본다.) 피부는 27N1정도에 반질반질한 항아리 같았다. 그 위로 아주 조화롭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적당한 정도로 자유롭게 수염이 자라 있었다. 그런 사람이 노트와 펜을 들고 들어왔다. AI가 모든 분야에 동시다발적으로 스며들고 있는 시기에 아주 작은 노트와 펜을 테이블에 두고 따뜻하지만 쪼가 없는 깔끔한 말투로 담소를 나눴었다. 업은 15년 차로 카피라이터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저는 놀란 감독 영화 좋아세요."


머릿속의 생각과는 다르게 엉뚱한 답변을 했다. 셔터 찬스의 순간에 사진을 찍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처럼.


"근데 놀란 감독 영화는 N차 감상하기 좋은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아 그래요?"

"N차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 속 메시지가 유치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의 꿈속으로 들어간다거나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들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인데 그래도 워낙 영화적으로 잘 만드니깐 그걸 착각하리만큼 빠져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보통 한 영화를 반복해서도 볼 때면 볼 때마다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다르잖아요. 근데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나 베트맨이나 그런 것들은 제 기준에 그렇게 안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나 어윈 형제 감독 영화를 좋아해요."


"듄 2도 보셨겠네요?"


"아우.. 정말 좋았어요. 영상미가 정말 뛰어난 것 같아요."


"그거 아세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어머니가 매체에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아들이 감독이 안 됐으면 뭐가 됐을 것 같냐'니깐 살인자가 됐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우린 그렇게 몇 개 영화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현실로 돌아와서 일을 했지만 N번 본다는 것, 다시 본다는 것, 나에게 어떤 것들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반복될 필요가 있다. (이종범 만화가, 음악인)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적극성인데, 지난날보다 그리고 어제보다 덜 구려지고 싶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하는 소망을 제가 먼저 시작한다라는 것. 내쪽에서 먼저 성찰하고 만회하고 싶어 한다로 남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 예명이 요조인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주인공이거든요. 그 책을 세네 번 정도 읽었는데 진짜 읽을 때마다 요조를 바라보는 제 마음가짐이 너무 다르고 그 이야기가 매번 다르고 오오바 요조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활자 안에 그대로 있는 사람인데 그를 바라보는 제가 너무 그 사이에 달라졌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읽는 감상도 달라지는 거잖아요. (요조 가수, 영화배우)



필자는 영상을 통해 삶을 배웠다. 대학시절 자취방에 들어가면 서브 모니터로 틀어 놓는 건 항상, 노희경 작가님의 '괜찮아 사랑이야'였고 고등학교 시절 야자시간에 친구 PMP로 눈물을 참아가며 본 영화가 이성한 감독의 '바람'이었다. 내가 영상을 업으로 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인 큰 형이 USB에 꽉 차게 담아준 것들이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고, '결혼 못하는 남자'였다.


나의 세계는 그렇게 시작을 했다. 드라마 속 장재열의 대사가 멋져 보였고 사랑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지오와 주준영이 얼마나 일을 사랑하는지, 드라마가 인생이고 인생이 드라마니 자기들은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움이라는 것이 비단 글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어디에나 배움은 존재하고 잘 기억하고 마음속에 간직하기 위해서 반복해서 본다는 것. 결국 나에게 새롭게 본다는 것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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