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더니 2
프랑스 유학 학사 생활의 시작은 엑상프로방스라는 작은 도시에서부터였다. 누군가 엑상프로방스가 어디라고 물어보면 나는 프랑스의 김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프랑스의 남부에 위치하고 있고, 근처에 부산처럼 바다와 항구가 있는 대도시인 마르세유가 있으니까. 프랑스에서도 남쪽에서 머물게 되었다. 남쪽을 벗어날 수가 없는 운명인가 보다.
프랑스에서는 한국과는 다르게 학사 과정이 3년이다. 물론 유급이 잦은 편이라서 4-5년간 학사를 하는 친구들도 많이 보긴 했지만. 3년 동안 있어야 하니까 당연히 짐이 많았다. 여름옷, 겨울옷, 전기장판, 밥솥... 내 몸 만한 큰 여행가방을 두 개나 수하물로 부치고 엄마가 보내주는 택배도 몇 번이나 받아야 했다. 지금은 대체품들도 많이 찾았고, 프랑스 제품들을 왠만하면 사용하지만 그때는 한국에서 유용한 것들은 프랑스에서 전혀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와서 오래 살아보지 않으면 사실 알 수 없으니까.
그렇게 큰 짐 가방 둘을 가지고 부산에서부터 인천, 인천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였나 뮌헨이었나를 경유해서 마르세유 공항으로 도착했다. 거의 하루의 마지막 비행기라서 자정이 다 된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고, 내려서 큰 짐을 두 개를 끌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이미 와 본 곳이긴 했지만, 예전에는 여행으로 잠깐 왔던 거라 잘 모르는 곳이나 마찬가지였고 밤에 혼자 큰 짐을 끌고 간다는 게 무서웠다. 지금은 새벽이든 밤이든 대중교통을 잘만 이용하지만 유럽에서는 밤에 조심해야 한다고 다들 주의를 주지 않나. 그래서 택시를 타러 갔다. 공항이라서 밤늦은 시간에도 택시들이 많이 서 있었다. 많은 택시 기사들이 호객을 하려고 왔고 그중 한 명과 함께 엑스로 향했다.
미리 예약해 둔 에어비엔비 앞에 도착했다. 택시기사는 터무니없는 요금을 불렀다. 미터기에 쓰여있는 것과 너무 달랐다. 추가로 짐까지 있으니 짐 두 개 가격까지 더 붙여서 달라고 했다. 지금은 우버를 부르면 택시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탈 수 있고, 짐에 말도 안 되는 추가요금이 붙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새 공항 택시 규정이 생겨서 이제는 짐 추가요금이라던가 공항에서부터 시내로 가는 택시의 요금 규정이 생긴 것 같다. 이제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잘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지금처럼 억울할 때 참지 못하고 따지거나 인종차별을 맞닥뜨렸을 때 욕설을 해가며 따박따박 싸우는 성격도 아니었을뿐더러 그 정도로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하지도 못했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전까지 몇 주간 쓸 돈을 환전해 온 봉투에서 돈을 한 움큼 꺼내어 아무 말 못 하고 택시기사에게 건넸다.
에어비엔비 안으로 들어와서 그래도 편하게 왔으니 되었다.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었으니 괜찮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되뇌었다. 첫날부터 액땜했으니 내 유학생활은 순탄하리라 믿었다.
그래도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하니 첫날부터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당한 기분. 이왕 피곤한 거 날이 밝기를 기다려 버스를 타지 않은 나 자신을 원망했다. 환전한 돈을 이렇게 많이 써버리다니. 그렇게 펑펑 울기 시작했다. 다음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노란 건물 엑상프로방스 시내를 걷다가 납작 복숭아를 먹고 오랑지나를 마시면서 또 펑펑 울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더니 그 말이 꼭 맞았다.
공항이나 기차역 밖으로 늘어선 택시들을 볼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난다. 지금은 절대 택시를 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