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몸길이가 30센티도채되지않았고, 많아 봐야 5개월도되지않은어린고양이었다. 머리엔회색무늬, 몸통엔삼색무늬를갖고있었다. 네개의발은작고귀여웠다. 그 작은 발로 종종거리며 호기심 어린 발걸음으로 세상을 탐색했을 터였다. 눈곱 하나없었고식사도잘하고지낸듯꽤통통한몸이었다.
하지만 처음 만난 너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무슨영문인지 너의 몸은 처참하게 조각나 있었다. 조각난상태로나와 마주한 너의얼굴에는한쪽귀마저 잘려나가고 없었다. 부드러운털과알록달록무늬가가득했을가슴부위도끝내찾을수가없었다. 마지막에무엇을보았던건지너의눈은질끈감겨있었다.가늘고작은다리뼈는절단면을볼때누군가부러뜨린 게분명했다. 피부는 날카로운도구를 이용해잘라낸것으로보인다는병원 선생님의소견을들었다.
조심스럽게너의몸을원래위치에맞게나열해놓고특이사항을적어내려갔다. 동물 학대사건수사에중요한단서가되기때문이었다. 중요정보를적고있었지만사실내머릿속은너의살아생전모습을상상해보느라바빴다. 5개월도 채 안되었을 너는 얼마나 발랄하고 귀여웠을까.
나의 상상은길지못했다. 세상에태어나첫봄을맞이했을너를이렇게참혹하게만든그누군가를찾아야 했다. 그리고 너의사망 원인을좀더명확히알기위해 그 작은몸을부검보내야 했다. 병원선생님께서 너의 몸을 패드로잘감싸주셨다. 너를 스티로폼상자에담고아이스팩포장을해서택배배송을보내러 가던길. 네가 담긴 상자를 가슴에 안고 홀로 걷던 그 길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 길이너와 나 둘만의 작은 장례식이었다.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너에게작별인사를전했다.
장례를 치러주지 못하고 부검 보내야 해서 미안해. 너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세상에 태어난 생명은 모두 소중하고 너 역시 소중한 존재란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렴.
그걸로도안심이안되었던 나는카라에강의차오셨던용수 스님께서주신만트라에 적힌 기도문을 네게 읽어주었다.기도문을 읽어주면 동물이 다음에 좋은 생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했다. 속으로 읽으면 네가 듣지 못할까 봐 길을 걸으면서도 크게 소리 내 기도문을 읽었다.
옴 아미데와 흐리...
스티로폼 상자를 들고 혼자 중얼거리는 나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네가 좋은 곳으로 갈 수만 있다면, 혹은 다음에 좋은 생으로 태어나게 도와줄 수 있다면, 그런 시선쯤은 아무렇지 않았다.
한창뛰어놀나이의네가어쩌다이렇게숨을거둬야했는지한없이속상했다. 기도문을 읽어주는 게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라는 사실에 목이 메었다. 가슴속에 슬픔과 분노가 교차했다. 작은 너의 몸을 부검 보내며 너와 같은 죽음이 더는 없게 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너를 위해서라도 그저화만내고있을수는없는노릇이었다. 담당수사관과 관할 구청에 관련정보를전달하고사건발생지인근에목격자를찾는다는현수막을걸었다. 하지만유효한제보는 없었고, 너의몸을 조각내어 길에 던져 놓았을 누군가의모습도 CCTV에 찍힌것이없었다. 너의 살아생전 모습으로 추정되는 장면 정도가 확보됐을 뿐이었다. 수사는미궁에빠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발견한장소와 멀지않은곳에서 또 다른 고양이의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턱시도무늬의 아기고양이었다. 이번에는 머리 외에 다른 부위는 찾을 수도 없었다. 오직 머리 부위만 발견된 턱시도 고양이는 오목조목 귀여운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턱시도 아기 고양이가 발견된 곳은 CCTV조차없는곳이었다. 이번에도현수막을내걸고 목격자를기다려야 했다. 두사건이거리상가깝고수법이유사하여 경찰에서도 함께수사에들어갔다. 주변에 털이 빠진 흔적도 혈흔도 없어 야생동물에 의한 죽음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동물 학대 사건 수사는 일반적으로 안일하게 이뤄지는 편이 많지만, 이번만큼은 이례적으로 수사관이 여러 명 배정되어 집중 수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끝내 범인은 찾을 수 없었다.
삼색 무늬 아기 고양이, 너와 턱시도 아기 고양이까지 그렇게 보낸 지 벌써 1년 여가 지났다. 혹시 네가 고양이 별에서 턱시도 아기 고양이를 만나진 않았을까 상상해보곤 한다. 너와 턱시도 아기 고양이 같은 억울한 죽음이 더는 없게 해 보겠다던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했다. 네가 떠난 이후로도 나는 전국 곳곳에서 살해당한 동물의 사체를 여러 차례 부검 보내야 했다. 동물을 살해하는 수법들은 심지어 더 다양해지고 대범해지기까지 했다.
너의 죽음을 경험하며 어느새 나는 동물 학대 사건을 주로 맡게 되었다. 일상이 동물들의 죽음으로 채워졌다. 사체를 매번 마주해야 하는 나의 일이 두렵지 않으냐고 누군가 물었다. 사체는 두렵지 않다. 너의 조각난 몸도 그저 가엽기만 했다. 무고한 너희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을 찾지 못하고 사건이 미결로 끝나거나, 검거하지 못한 학대범의 손에 추가 피해 동물이 생길까 봐, 그게 나는 가장 두렵다.
최근 경찰청에서 동물 학대 수사 매뉴얼을 새롭게 발표하는 등 작은 변화들이 시작되긴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법수의학자도,동물 사건 전문 수사팀도 없어 수사에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 동물과는 관계도 없는 지능팀이, 때론 경제팀이 경찰 내에서 동물 학대 수사를 맡는다.
나는 오늘도 참혹한 동물들의 죽음 앞에 눈물이 차오르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오늘 하루 더 노력한다면 억울한 죽음이 조금은 줄어들 거라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삼색 고양이네가 무지개 너머에서나마 이제는 온전한 몸으로 평화롭고 행복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