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의 시행착오가 주는 시사점

by 손지훈

대한민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며, 2031년이면 중위 연령이 50세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우리보다 앞서 중위 연령 50세를 넘어선 일본의 사례는 단순한 고령자 보호를 넘어선 '노동시장 구조 재편'의 관점을 제시합니다.


1. 40년에 걸친 '점진적' 고용 확보 전략

일본 정년연장의 핵심은 속도 조절과 유연성입니다. 제도를 단번에 바꾸는 대신 법적 의무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여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노사 갈등을 최소화했습니다.

• 정년연장이 아닌 '계속고용' 중심: 일본 기업 대다수는 정년 자체를 높이기보다 60세에 기존 고용 관계를 종료하고, 임금과 직무를 재설계한 계약직 형태의 '계속고용'을 선택했습니다.

• 70세까지의 취업 기회: 현재는 70세까지 고용 노력을 의무화하되, 재고용뿐 아니라 업무위탁, 프리랜서, 사회공헌 등 다양한 선택지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고령자 고용의 인식 변화: 일본은 고령자 고용을 '정규직 유지'와 동일시하지 않으며, 현실적인 수용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2. 제도 전환의 진짜 난제: 직무와 학습의 미스매치

일본 제조업이 직무급(성과 중심 체계)으로 전환하며 마주한 실질적인 문제는 단순히 '급여표'를 바꾸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 직무 인프라의 구축: 직무기술서, 직무가치 평가, 성과 역량 평가의 연결고리가 갖춰져야 보상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 이동의 폭발과 성과 저하: 연공 보상이 약해지고 직무가 공개되면 내부 이동이 급증하는데, 이때 온보딩과 관리자의 코칭 역량이 부족하면 조직적 냉소가 발생합니다.

• 리스킬링(Reskilling)의 시스템화: 파나소닉 커넥트와 같은 선도 기업들은 교육을 사후 처방이 아닌 '이동의 전제조건'으로 설계하여 성과 회복 속도를 높였습니다.

3. '고령자 배려'에서 '고령자 설계'로

세대 간 갈등을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업무 경계를 명확히 하는 '과업 인터페이스'의 표준화를 통해 마찰을 줄였습니다.

• 역할의 이원화: 고령 인력을 무조건 현업 플레이어로 두지 않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전수자형', 고부가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프로젝트형', 운영에 배치되는 '현업 유지형'으로 모델을 다각화했습니다.

• 보상의 메시지 전환: 보상 재설계의 목적을 '인건비 절감'이 아닌 '직무 가치에 따른 공정한 보상'으로 프레임화하여 저항을 줄여야 합니다.


결국 고령화 대응의 성패는 법정 정년의 숫자가 아니라, 고용·직무·학습 시스템을 얼마나 정교하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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