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을 늘릴 것인가, 사람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제3의 길인가
AI가 본격적으로 조직에 들어오면서, HR은 더 이상 중립적인 위치에 있을 수 없게 됐다.
AI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묻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지금 두 가지 방향 중 하나를 검토하고 있다.
첫 번째는 노동을 더 많이 투입하고, AI로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중국의 996 모델을 변형한 형태다.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빠르게 나온다.
하지만 1~2년이 지나면 번아웃이 늘고, 핵심 인재가 먼저 떠난다.
HR은 전략 파트너가 아니라, 소진된 사람을 관리하는 역할로 밀려난다.
이 모델은 중국이라는 특수한 제도와 환경이 있기에 가능하지,
글로벌 인재 시장에 노출된 한국 기업이 지속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인력을 줄이는 방식이다.
인건비는 빠르게 줄고, 의사결정은 자동화된다.
그러나 조직의 학습 능력과 정체성도 함께 약해진다.
신규 채용은 급감하고, 기업의 철학과 문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이 방식은 기술 초격차를 가진 미국 빅테크나 국가 주도의 중국은 감당할 수 있지만,
한국 기업이 선택할 경우 ‘영구적인 2~3티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제3의 선택지다.
AI로 사람을 대체하는 조직이 아니라,
AI로 사람의 몰입과 성장을 증폭시키는 조직.
AI는 노동 대체재가 아니라
사람의 판단, 사고, 실행을 증강시키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여전히 의미, 창의, 관계, 책임의 주체로 남아야 한다.
이 선택은 복지나 이상론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구조적 전략이다.
이 관점에서 HR의 역할도 달라진다.
첫째, 더 이상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 얼마나 깊게 몰입할 수 있는지를 설계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AI가 반복적이고 정형적인 일을 제거하면,
인간은 더 어려운 문제와 고객 가치에 집중할 수 있다.
둘째, AI는 조직의 자산이 아니라
개인에게 귀속된 ‘증강 능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임직원 각자가 AI와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하고,
HR은 이를 평가·보상·육성·채용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곧 경쟁력이 되는 구조다.
셋째,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조직의 성과를 예측하는 변수로 관리되어야 한다.
몰입도, 소진 지수, 심리적 안전성은
성과보다 먼저 변하는 선행 지표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성과의 조건이다.
만약 이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기술은 좋지만 일하고 싶지 않은 곳”으로 인식될 것이다.
AI는 남고, 사람은 떠나는 조직이 된다.
반대로 이 길을 선택한다면,
“AI 시대에도 사람이 몰입하는 기업”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가질 수 있다.
미국도 중국도 아닌, 제3의 글로벌 HR 모델을 만들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과 기술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그 질문의 한가운데에,
지금 HR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