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7년

다니엘과 클라라

by Siesta

런던, 2017년: 다니엘과 클라라

뉴욕 지사에 필요한 화학 제품 특허를 가진 중소기업 사장의 요청으로, 다니엘은 3박 4일 동안 런던에 머물게 되었다. 그는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미리 잡아 놓은 호텔로 향했다.

런던에 올 때마다 그는 항상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숙소로 사용했던 S 호텔로 갔다. 빅토리아 시대부터 이어진 이 호텔은 템스강변에 위치하며, 최고의 인기 요리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등 최고급 다이닝 시설을 갖추고 있어 격식 있는 식사나 접대가 가능했다. 그는 런던에서 다른 호텔을 가 본 적이 없었다. 런던에 오면 마치 집에 가듯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처럼 이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호텔 매니저가 나와 다니엘을 반갑게 맞았다.

“오랜만에 오시네요. 아버님은 건강하시죠?”

이렇게 가족처럼 맞아주는 것이 좋아서, 아마도 그는 항상 같은 곳에서 물건을 사고, 같은 호텔에 묵고, 같은 경로로만 이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할아버지 때부터 항상 이 호텔에 투숙하던 다니엘의 집안은 이 호텔의 VIP였으며, 그보다도 모두 가족 같은 신뢰로 다니엘을 대했다.

다니엘이 반갑게 웃으며 매니저와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네, 아버님은 건강하십니다. 이제 화학 회사 일은 완전히 저한테 맡기시고 동생들과 부동산 업계 일만 보고 계십니다. 그게 훨씬 더 쉽고 재미있으시답니다.”

매니저는 아버지를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직접 다니엘을 방까지 안내했다.

“편안한 일정 보내시고, 뭐든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제게 직접 전화 주십시오. 제 전화번호 아시죠?”

“아... 네. 감사합니다.”

정확하게 필요한 말만 격식에 맞추어 하고, 더 묻거나 더 알고 싶어 하는 내색 없이 정확하게 거리를 두는 하이 클래스의 대화 방식이었다. 다니엘은 이 가족 같은 분위기 속의 하이 클래스 대화 방식이 돈이라는 어마어마한 권력이 만들어낸 연극 대본 같다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해 왔었다.

영국 사람들이 대부분 독일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도 2차 대전의 상처로 영국 사람들의 대부분이 독일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영국 호텔에 오면 한스(Hans)의 아들인 독일인 다니엘을 마치 가족같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이 사람들은, 실제로는 속으로 독일 보수파인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늘 생각해 왔었다.

어렸을 때 처음 어머니, 아버지와 이 호텔에 들어왔을 때가 생각난다. 이 매니저의 아버지가 호텔의 매니저였을 때였다. 한국인인 어머니와 반이 한국인인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마치 '들어오면 안 될 사람들이 들어온 것처럼' 이상하게 대했던 것이 생각난다. 아버지 한스가 매니저의 손에 돈을 쥐여주며 “내 부인과 아들입니다.”라고 말하자, 갑자기 표정이 바뀌며 활짝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

돈은 인종차별도 없애고 국가 갈등도 없애고 마치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마술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한스는 아무런 세력도 돈도 없는 한국 여자 미희를 사랑해 자신이 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보수적인 유럽의 하이 클래스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로 자신이 태어났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어머니 미희는 동양인이며, 한국 전쟁 때 도망 나온 아무도 뿌리를 알지 못하는 가난한 여자였다.

사랑이란 것은 이런 하이 클래스의 가짜 연극을 깨고 이렇게 자신 같은 사람을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도 마술 같았다.

어쩌면 돈보다 더 큰 마술적인 힘을 가진 것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다니엘은 호텔 방으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창문으로 보이는 런던 전경을 마치 어머니 몸에서 나올 때같이 발가벗고 바라 보면서 욕조에 물이 차기를 기다렸다.

다니엘은 생각했다.

“나의 어머니는 누구인가….”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뉴욕의 중소기업 연구소 비서인 한 남자가 전화를 했다.

“내일 12시에 호텔 레스토랑에서 사장님이 식사 예약을 해 놓으셨으니 함께 식사하십시오.”

위스키 한 잔을 손에 쥐고 오랜 목욕을 마친 다니엘은 침대로 들어가 그다음 날 10시경까지 어린아이처럼 깊은 잠을 잤다. 독일 비서가 전화하지 않았다면 계속 잠을 잤을 것만 같았다.

독일 비서와 오랜 통화를 하며 독일로 돌아가 처리해야 할 쌓인 업무들을 이야기한 후, 커피를 마시러 호텔 카페로 내려갔다. 카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한 젊은 여자가 다니엘에게 다가와 물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이 여성에게서는 알수 없는 신비로운 화사한 복숭아 향기가 났다.

마치 향기에 취할 것 같이 신비하고 은은 하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향기였다.

알지 못하게 사람의 긴장을 풀면서 최면에 걸릴 것 같은 달지도 시지도 않지만 깊은 나무이끼의 향을 목 깊이 느끼게 하는 복숭아 향기였다.

“다니엘 폰 클릿징이신가요? 클릿징 케미 AG의 사장님 맞으시죠?”

“아, 네.”

이 여자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니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강한 뉴욕 억양으로 밝게 말했다.

“피츠제럴드 사이언스의 CEO, 클라라입니다.”

뉴욕의 화학 중소기업 사장으로 젊은 여자가 나올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다니엘은 깜짝 놀랐다. 신비롭게 아름다운 클라라의 마법 같은 미소에 다니엘은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 비서가 항상 전화를 했기에 피츠제럴드(Fitzgerald)의 사장은 중년 남성일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의 특허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였으므로, 자신도 모르게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이 활짝 웃으며 자신이 피츠제럴드의 사장이라고 하니 사기당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아… 항상 비서가 전화해서 저는 남자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클라라가 웃으면서 말했다.

“최신 화학기술 특허를 낸 사람이 여자라고는 상상을 못 하셨군요..."

다니엘은 마치 자신이 동굴에서 나온 네안데르탈 남성처럼 느껴졌다.

클라라가 눈치채고 말했다.

“네, 엄청 보수적인 분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밝게 웃으며 심한 뉴욕 억양을 쓰는 이 여인에게 다니엘은 왠지 모르게 친숙함을 느꼈다. 그것마저 알아차린 듯 클라라가 말을 이었다.

“제 할머니도 한국분이십니다. 제가 다니엘 사장님의 뒷조사를 좀 해 봤는데, 어머님이 한국분이시더군요. 제 할머니는 전쟁 때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Missionary Society of St. Columban) 신부님을 따라 영국으로 갓난아기였던 제 어머니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그 이후로 할머니와 아일랜드 신부님, 그리고 제 어머니는 뉴욕으로 가셔서 정착하셨고요. 제 할머니는 한국 전쟁 과부셨고요… 제 어머니는 할머니와 일본 경찰 사이의 딸이고요… 식상한 한국 전쟁 비극의 주인공들입니다. 그 후엔 아일랜드 신부님이 어쩌다 제 할아버지가 되셨답니다. 처음 화학 회사를 설립한 것은 제 어머니고요... 온 집안의 거의 100년 족보가 다 나왔네요… 어쨌건 여기서 중요한 건… 제 할머니가 한국 사람 이었다는 것 입니다.”

클라라의 뉴욕 악센트의 영어에는 또 다른 이상한 것이 있었다. 클라라의 목소리는 마치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와 다른 주파 영역에 있는 것 같아 듣고 있으면 최면에 걸려 그 이야기의 내용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전개되었다. 마치 화면 영상을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어떤 상황이었을지가 정확하게 떠올랐다.

말을 할때 부드럽게 숨소리가 섞여 나와 마치 아기를 쉬 쉬 하고 재우는 자장가 같이 들리기도 하는 목소리 였다.

“아, 네. 저희 어머니도 한국 전쟁 때 한국을 나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니엘이 대답했다.

“12시에 식사 같이 하세요. 일이 잘 성사되어 저희가 함께 일하길 정말 바랍니다.” 클라라가 사람을 홀리는 것 같은 신비로운 미소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다니엘은 클라라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며 생각했다.

**양조부(養祖父)**는 전쟁 때 한국에 파견된 아일랜드 가톨릭 신부, 할머니는 한국인 전쟁 과부, 그리고 **친조부(親祖父)**는 일본인…

이런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던 것이 2차 대전 이후 다시 이데올로기로 정치 분단이 오면서 내전을 치렀던 한국에서 흔하게 일어났던 일이었다. 아니, 한국뿐만이 아니고 온 세계가 2차 대전 이후 겪었던 혼란스러운 변화였다.

다니엘은 너무나 젊고 가식이 전혀 없으며 마치 할리우드 배우처럼 빛이 나는 클라라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진짜 생물 화학 유전자 기술 사장 맞아?”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호텔의 창 너머로 보이는 런던의 전경은 화려했다. 불과 80여 년 전 1940년, 나치 독일의 공격에 의해 이 도시 인구 중 4만 3천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 절반이 일반 시민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다니엘의 아버지 한스가 8살 때의 일이다. 다니엘의 할아버지 요한은 나치당에 저항하던 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한스가 다니엘의 어머니인 한국 여인과 사랑에 빠져 다니엘을 낳았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셨다.

정치적인 권력, 경제적인 권력, 그리고 국수주의와 인종차별… 인간들의 끝도 없는 모순된 자기중심의 투쟁이 결국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어떤 종착점으로 가기 위한 것인가 다니엘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다니엘은 호텔에서 걸어 나와 런던의 유명 상업 갤러리가 많은 본드 스트리트 (Bond Street) 주변까지 걸었다. 인사동을 걷던 추억이 다시 되살아났다. 항상 예술 작품들이 있는 곳엔 예술가들의 에너지, 삶의 에너지, 창조의 에너지… 그리고 마법의 힘 같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갤러리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클라라와 점심 약속이 12시에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정장을 하고 호텔 식당으로 갔다. 클라라가 식탁에 이미 앉아 작은 전자 수첩을 꺼내 뭔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있었다. 다니엘이 식탁에 다가가 앉았다.

“아… 오셨어요. 잠시만 실례해요. 이 계산을 끝내야 해서요.”

클라라는 잠깐 다니엘에게 눈인사하고는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다니엘은 어색해서 앞에 놓여있는 물 잔을 들어 마셨다.

아무 말도 없이 전자 수첩을 들여다보며 일을 하다가 수첩을 끄고 다니엘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10분 일찍 오셨어요. 10분 동안 일정 조정하려고 와서 앉아 있었거든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다시 환하게 웃었다. 이 활짝 웃는 얼굴에는 어떤 사람도 거슬리는 말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피츠제럴드와 폰 클릿징이 합병을 해서 제 신 바이오 테크놀로지 케미컬 특허 기술을 이용하신다면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로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다니엘은 전형적인 전통 독일 집안의 교육을 받은 남자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들에 접근해서 논리적으로 해결책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두뇌를 가졌고 합리적인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 예술가 어머니의 감성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심장이 항상 가슴 한복판에서 뛰고 있는 남자였다.

“클라라 씨는 제 회사에 이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어째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죠?”

갑자기 클라라가 다른 차원에서 유래한 것 같은 신비로운 웃음을 입가에 띄며 말했다.

“저는 제 한국 할머니를 닮아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엉뚱하게 나온 이 말에 다니엘은 당황했다.

두 최첨단 기술 회사가 합병하려는 회의 식사에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이 젊은 여인의 말이 장난처럼 들렸다. 클라라가 이 얼굴을 보고 말을 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제 신기술은 인류에 지금 가장 필요한 기술입니다. 어디서 어떤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것을 예감하고 계시죠… 이제 인류는 인종 간, 국가 간, 이데올로기 간의 대립이 아닌 기술과 테크놀로지 대립 시대로 들어간다는 것을 다니엘 님도 예상하고 계시죠… 인류의 적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될 것입니다. 저는 한국 할머니를 닮아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저와 꼭 합병하셔야 합니다.”

“한국 할머니께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나요?”

“아... 네. 제 할머니는 한국에서 말하는 신이 내린 사람, 무당이셨답니다. 미래를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7번의 죽을 고비도 넘기셨고요. 또 물체의 온도를 조절하거나 사람들에게 최면을 거는 능력, 또 동물과 이야기를 하거나 공중의 새를 떨어뜨릴 수 있는 초음파 소음을 낼 수도 있으셨답니다.”

“과학자이신 분이 그런 것을 믿습니까?”

“과학자이니깐 믿습니다.”

클라라가 요염하고 당당하게 웃었다.

“피츠제럴드의 기능성 섬유(Functional Textiles) 및 생체 재료 공학(Biomaterials Engineering) 기술을 이용해서 섬유나 음식 용기를 생산하신다면 인간 면역을 돕는 물질로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2~3년 내로 전 인류가 바이러스의 큰 공격을 당할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며 다니엘이 말했다.

“무슨 공상 과학 영화 같군요.”

클라라가 화난 듯 다니엘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추운데 물을 좀 데워 드릴까요?”

다니엘이 손에 잡고 있던 물 컵엔 상온의 물이 담겨 있었다.

“네?”

갑자기 천천히 다니엘이 잡고 있던 물 잔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너무 깜짝 놀라 잔에서 손을 뗐다.

“어떻게… 무슨… 아니…”

클라라가 활짝 웃었다.

“지금 저에게 과학적으로 이 현상을 설명해 보라고 하시면 저는 이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가 한국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설명할 수 없는 초능력 중에 하나입니다.”

다니엘이 너무 정신이 없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저는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하거나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해 버리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습니다.”

다니엘이 넋이 나간 것처럼 클라라를 보면서 말했다.

“저도 그 주문에 걸렸나요?”

클라라가 얼굴을 관통하는 것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걸리신 것 같습니까?”

클라라가 맛있게 전식으로 나온 새우 요리를 씹어 먹으면서 장난스럽게 활짝 웃었다.

다니엘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주문 거셨죠?”

클라라가 다시 소리 내어 웃으면서 말했다.

“아직 안 걸었는데요…”

다니엘도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걸린 줄 알았습니다.”

어린 소년이 공상 과학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와 설렘으로 다니엘은 클라라에게 물었다.

“만약 사랑에 빠지는 주문을 건다면 평생 사랑하며 살 수 있겠네요… 이 세상에 짝사랑이란 것이 없어질 주문이네요.”

평생을 짝사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다니엘이 반은 장난으로 반은 진심으로 말했다.

클라라가 포크를 놓고 냅킨에 입을 닦으며 말했다.

“이 세상에 절대로 노력으로도 안 되고, 권력으로도 안 되고, 돈으로도 안 되는 것이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억지로 자신을 사랑하게 하는 주문은 너무나 위험한 주문입니다. '이런 주문은 절대로 함부로 걸면 안 된다는 것이 한국 무녀들의 법칙이었다'고 할머니가 말씀해 주셨습니다. 꼭 필요한 상황이라 주문을 걸었으면 반드시 주문에서 깨어나게 빠른 시간에 역주문을 외우라고요.”

“제가 그 주문을 외워도 여자들이 마법에 걸리나요?”

마치 과학 탐구 시간에 학생이 질문하듯이 진지하게 질문했다.

“그런 능력이 있으셨다면 아직까지 독신이셨을까요.”

다니엘이 의자에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주문을 외워서 마법에 걸리게 하고 싶은 여자를 만난 적도 없습니다. 20년 동안 아버지 회사를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경영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벌써 흰머리가 나와 있더군요. 제가 아버지의 회사를 전격적으로 인수해 경영을 시작한 것이 아마 클라라 양의 나이 때였으니깐요.”

“저는 29살입니다. MIT 공대를 19살에 졸업하고 10년 동안 연구팀과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니엘의 의외의 칭찬에 클라라가 겸손하게 말했다.

“제 양조부 Fitzgerald는 아일랜드 카톨릭 신부님 가문으로, 뉴욕에 자리를 잡은 유명 인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분들이 제가 교육받고 회사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어머니도 아일랜드 출신의 미국 분과 결혼하셨고요. 전 세대에 전쟁이나 기근으로 미국으로 향한 사람들은 정말로 죽기 살기로 모든 일을 했습니다. 미국을 이룬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치열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니엘이 물끄러미 클라라를 바라보았다. 한국 전쟁을 피해 나간 사람들의 후손이 한 사람은 독일 사람이 되어 있고 한 사람은 아일랜드계 미국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무슨 마술을 할 줄 아십니까?” 다니엘이 다시 공상 과학 영화를 보는 어린 소년처럼 클라라를 보며 말했다.

“반드시 마음에 드는 회사와 합병하는 마술이요.”

두 사람은 식사를 끝내고 일어섰다. 클라라가 마치 요정처럼 웃으며 다니엘의 두 볼에 인사의 키스를 했다.

다니엘은 자신이 마술에 걸리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며 클라라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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