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에서 길을 잃다

by Siesta

https://www.tripadvisor.es/Attraction_Review-g187426-d10524027-Reviews-Historischer_Friedhof-Weimar_Thuringia.html#/media/10524027/?albumid=-160&type=ALL_INCLUDING_RESTRICTED&category=-160




마르쿠스와 함께 크리스티나의 집을 나와 벌써 어두워져 있는 컴컴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도시 조명 오염도에 많은 신경을 쓰는 독일 정부는 가로등의 밝기를 시간에 따라서 조절하기 때문에 8시가 조금 넘은 독일의 거리는 암흑처럼 깜깜했지만 희미한 조명등만이 겨우 발길을 비치고 있었다.


마르쿠스가 내게 바짝 다가와서 발걸음을 맞추어 걷기 시작했다.


내가 어색해서 말을 먼저 꺼냈다.


" 네가 사는 곳과 많이 멀면 안 데려다주어도 돼"


"지금 네가 있는 동내는 대학생들이 머무는 동내가 아이야. 철도 옆이쟎아 거의 도시의 외각에 있다고 봐도 좋아 여기서 40분 넘게 걸어가야 해. 아직도 이곳은 통일이 되고 나서도 불만이 많은 동독의 젊은 아이들이 네오 나치 ( 신 나치 정당) 같은 것을 만들어 활동하기 때문에 동양 여자 아이가 이 시간에 혼자 걸어 다니는 것은 좀 위험해. "


" 40분이나 걸린다고? 아까는 훨씬 빨리 왔는데..."


" 공동묘지 (Friedhof) 가로질러왔어? 그 공동묘지 가로질러서 가면 15분 정도 절약 할 수 있지만 이 밤중에 공동묘지 가로질러 갈 수 있겠어?"


내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너도 빨리 가야 하잖아. 죽은 사람들이 뭐가 무서워, 산사람들이 더 무섭지..."


나의 대답에 마르쿠스가 껄껄 웃기 시작했다.


"한국도 산사람들이 죽은 사람들보다 더 무서운 나라야?"


오래된 연인처럼 마르쿠스가 더 가까이 내게 다가와 우리는 공동묘지의 입구로 향했다.


바이마르 도시의 공동묘지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 이 묘지는 화려한 조각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낮에는 정말 산책하기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8시가 넘어 칠흑같이 어두운 독일의 밤에 길거리에는 한 사람 다니지 않는 이 부활절 방학의 학생도시에서 공동묘지로 들어가려니 좀 서뜻하긴 했다.


워낙에 별로 겁이 없는 나이지만 희미한 가로등에 겨우 얼굴들이 보이는 조각상들이 늘어져 있는 이 공동묘지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내가 주춤거리자 키가 185가 넘을 것 같이 큰 마르쿠스가 내 어깨에 손을 감았다.


나는 정말로 이상한 기운들을 느꼈다.


얼굴이 마치 움직이는 것 같이 달빛에 어슬렁 거리고 있는 조각들이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습기 찬 이끼들과 돌들이 꿈틀거리면서 흙들이 움직이고 안에 잠들어 있던 시체들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더 움추려들자 마르쿠스가 거의 나를 안다시피 꼭 어깨를 감고 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사실 이 아이를 밀쳐 내는 것이 정답이지만 너무 무서워서 그냥 걸었다.


" 나도 이 시간에 이 공원을 가로질러 걷는 건 처음인데... 신비롭네..."


나는 신비롭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칠흑같이 어두운 길 안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다.


계속 같은 조각상들이 다시 우리의 앞에 나타났다.


" 여기 아까 지났던 곳이쟎아..."


" 나도 너무 어두우니까 방향을 잘 못 잡겠어... 여긴 잘 안 들어오거든 "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돗았다.


공동묘지 안에서 계속 같은 곳을 빙빙 돌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은 갑자기 이 두려운 마음으로 한 몸처럼 붙어서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바람이 쉬 하고 불면서 달빛이 몇 세기 동안 이곳에 서서 산 사람들을 지켜본 조각상들의 얼굴에 죽음 같은 웃음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너무 고요한 정적에 귀가 아팠다.


조명이 더 밝아진 공동묘지 반대편 입구 쪽에 드디어 다달았을 때 나는 마르쿠스의 손을 내 어깨에서 잡고 내렸다.


" 이제 다 왔네. 여기서부터는 조명이 밝으니깐 혼자 가도 될 것 같은데."


내가 말하자 마르쿠스가 물그러미 공동묘지의 출입구를 보다가 말했다.


"scheisse (젠장할) 문을 잠구었네"


나는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 문이 잠기다니?"


" 옛날 동독은 아마 공동묘지 문을 9시가 되면 닫나 봐. 여기 문에 쓰여 있네. 밤 9시에 문을 닫는다고... 공동묘지 문을 닫는 도시는 처음 봤다."


"어떻게 하지?"


너무 놀란 나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갑자기 오줌이 마려운 것 같기도 하고 마르쿠스의 눈이 2배 3배로 더 커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무덤들의 대리석들이 움직이는 것같이 보이고 이상한 불빛들이 마르쿠스의 금발머리를 핏빛으로 바꾸어 놓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르쿠스가 침착하게 말했다.


" 어딘가 나갈 수 있는 곳이 있겠지... 잠깐만... "


높은 담장 주위를 맴돌던 마르쿠스가 담장옆에 있는 큰 대리석을 발견했다.


" 이걸 밟고 담을 넘으면 될 것 같은데..."


내가 담을 쳐다보니 얼핏 2미터도 넘을 것 같았다.


" 여기는 대리석이 있지만 밖에는 없을 것 아니야. 어떻게 2미터 담장을 뛰어내려?"


"내가 먼저 넘어가서 네가 뛰어내릴 수 있게 도와줄게."


나는 도대체 내가 왜 이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가자고 했을까 또 후회하고 후회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것 봐... 여자아이가 조숙하지 못하게 밤중에 돌아다니니깐 별별일이 다 생기지'


나는 이 목소리에 오기가 생겼다


" 그래 마르쿠스. 네가 먼저 넘어가고 내가 담에서 뛰어내릴 수 있게 도와줘."


마르쿠스는 2 메터가 넘을 것 같은 담을 단숨에 넘었다.


그리고 담의 밖에서 나를 불렀다.


"올라가서 걸터앉은 다음에 뛰어내려."


유학 온 지 이틀 만에 정말 별 쌩 쇼를 다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나는 용기를 내서 담 위에 올라가 앉았다.


위에서 보니깐 담 높이가 10미터는 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 뛰어내려. 내가 아래서 받아 안아줄게"


너무 멀어서 목소리도 잘 안 들리는 곳에 있는 것 같은 마르쿠스가 내게 말했다.


" 너무 높아"


"위에서 봐서 높은 것 같이 느껴지는 거야. 별로 안 높아"


나는 뒤 돌아 공동묘지를 바라보았다.


십자가들과 묘석들이 나를 응원하는 것 같았다.


한국의 내 조상님들도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시면서 응원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엄마야"라고 외치며 담장에서 뛰어내렸고 마르쿠스가 나를 안아내려 충격이 완화되면서 둘은 바닥에 뒹굴었다.


"다친대 없어?"


마르쿠스가 일어나서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없는 것 같아"


내가 대답했다.


그 이후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잘 생각도 안 난다.


나의 다락방에 돌아와 보니 무릎과 팔꿈치에서 피가 조금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목욕탕으로 갔다 비누로 씻기 위해 샤워를 하려고 목욕탕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또 홀거와 마주칠까 봐 얼른 내 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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