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이런 게 기적이다-2

by Siesta

다음날 나는 외국인 학생 사무실을 다시 찾아갔다.


아마도 하이델 베르그로 가야 할 것 같았다.


불법 체류자로 있을 수는 없었고 또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6개월을 기다리는 것도 돈 낭비고 무의미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외국인 학생 사무실로 찾아갔다.


Frau sauer 가 반갑게 나를 맞았다.


대부분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문제에서 온다.


소통이 자신의 문화 자신의 언어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대방을 오해 의심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의사소통이 잘 되면 사실 독일사람들은 그 어느 나라 사람들 보다도 친절하고 따듯하고 상냥한 사람들이다.


특히 독일은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이다.


한번 마음을 주고 믿고 사랑하는 친구들은 평생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도움을 주고 항상 내편이 되어준다.


이후에 외국인 사무실의 Frau Sauer는 내가 독일에서 공부하는 동안 나에게 모든 장학금들의 정보를 주고 항상 나를 격려했던 좋은 친구가 되었다.


내가 사무실을 열고 들어가자 이번에는 Frau Sauer 가 활짝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어서 와.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어. 좋은 소식이 있어. 총장님과 학과장님과 회의했었는데... 너는 이미 독일어도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하고 있고 또 9월에 우리 대학 입학허가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집중 코스가 있는 것처럼 일주 20시간의 독일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줄 테니깐 비자를 연장해. 하지만 우리 대학의 프로그램에 사실상 주 20시간 프로그램은 없으니깐 일주일에 두 번 있는 프로그램에 다니고 나머지 시간은 네가 혼자 학습하는 것으로 하면 되는 거야."


이 말을 해석하면...


독일의 정부기관 외국어 학생 사무실이 나를 위해서 가짜서류 (주 8시간 코스를 주 40시간 코스가 있는 것 같은 서류)를 만들어 나의 비자연장을 돕겠다는 소리이다.


독일의 행정을 조금은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독일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법과 규율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일사람들은 절대로 이런 일을 할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항상 고려한다는 것도 그때 배웠다.


한 개인이 처한 이처럼 특수한 경우에는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논리적이고 인간적인 행정을 하는 나라가 또한 독일이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 또한번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 기적은 이런게 기적이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나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다 나왔다. 하이델 베르그 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또다시 한국을 가지 않아도 비자 연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계속 이 도시에 있다가 9월에 대학의 정규수업을 듣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비자 연장을 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 복사기가 있는 학교식당으로 발을 향했다. 오전 11시부터 점심식사가 제공되는 하교식당에는 무료로 복사를 할 수 있는 큰 복사기가 있었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부활절 방학이라 거의 텅 비어있는 식당의 한쪽에 있는 복사기를 향해 다가가던 나는 한 안경을 쓴 짧은 금발머리의 여학생과 거의 부딪칠 뻔했다.


" Entschuldigung" 실례합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는 복사기 쪽으로 다가갔다. 이 학생도 복사기 쪽으로 걸었다. 복사기를 쓰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 학생에게 말했다.


" 먼저 복사기 써"


" 아, 고마워. 빈 방을 빌려준다는 광고를 복사하려고 해... 혹시 여기 대학 학생이면 방 필요한 친구들에게 가져다줘... "


이 학생은 방을 빌려준다는 광고지를 여러 장 복사한 것 중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독일의 학생들은 큰 집을 한 사람의 이름으로 빌리고 그 집의 방들을 다른 학생들에게 빌려주는 풍습이 있다.


집을 통째로 빌린 사람을 Haputmieter (주 임차인) 그리고 이 집의 방들을 이 주 임차인에게 빌리는 사람을 untermieter (부 임차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음이 맞는 대학생들이 만드는 공동생활 집을 Wohngemeinschaft (공동 주거집)이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아도 로레나 아줌마의 집을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마침 이 광고지는 내가 독일 학생들과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공동 주거집을 찾는 첫 발걸음을 인도해 줄 수 있는 마법지도 같은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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