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남자-3

by Siesta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건 개인의 철학과 감수성 그리고 교육에 따라 너무나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나는 생각한다.


생각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나는


"잘 생기고 멋진 육체를 가진 남자를 볼 때 느껴지는 성적인 충동"


"시간이 갈수록 정이 들고 육체를 넘어선 따듯한 감정이 생기는 사람"


"돈이 많고 능력이 많아서 나에게 모든 필요한 물질적 욕구를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


"무궁무진한 학식과 신비한 두뇌를 가져서 끝도 없는 대화로 나의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


이 모든 것들이 사랑인가 아닌가를 모두 분석하면서 남자들을 대했기 때문에 보통 여자들이 말하는 "나는 정말 사랑에 빠졌다"는 감정을 진짜로 강하게 느낀 것은 일생에 딱 두 번이었던 것 같다.


요즘 유럽에서 말하는 다양한 사랑과 성(性)적 경향, 즉 동성연애자, 양성 연애자, pan sexual (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상대방의 성적 경향에 따라 바뀌는 성향), sapio sexual (성에 관계없이 상대방의 지식이나 지적능력에 반하는 성향), queer sexual (헤테로이지만 옷이나 액세서리를 다른 성이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 Demi sexual (격한 드라마틱 한 감정이 들면 사랑에 빠지는 경향)... 거의 72종에 가까운 성적 성향과 사랑의 감정에 대한 정의를 읽어보면 사람이 사랑과 성적 충동을 느끼는 것이 그 사람의 여러 가지 환경 요인과 DNA에 따라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사랑이란 감정을 이렇게 분석하면서 사랑에 빠지려고 하면 또 불가능한 것이 사랑의 감정이다.


어쨌든 내가 만난 이 독일 교수님은 이미 나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42살인 남자였고 옛날 동독 즉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고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순수한 사람이었다.


갑자기 체제가 바뀌어 버린 독일에서 (독일이 통일되고 난 후에 이 사람은 독일에서 나왔다) 이방인처럼 자신을 느끼게 된 이 남자는 자신의 외로움과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동양 아시아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한국으로 자신의 목적지를 정하고 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의 동양 아시아에 대한 생각은 추상적인 막연한 동경이고 특히 아시아 여자들을 게이샤로 팔고 있는 일본의 문학과 영화등으로 서양남자들은 이 게이샤 증후군에 빠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째서 일본은 아직도 이렇게 게이샤문화로 돈을 만들 생각들을 계속하고 있는지 정말 답답하다.


>> 일본의 게이샤 콘셉트의 마케팅은 많은 수익을 올리는 문화상품 중 하나이다. 관광수입, 영화, 문학작품, 비디오 게임, 만화, 포르노...


어쨌든 문학과 영화 심지어 오페라 (나비부인) 등을 통해 vulnerable ( 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여인) 이 동양여자들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서양남자들이 이 불쌍한 여인들을 구해주기 위해 사랑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겠지만 내가 대학 다니던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은 아직 아시아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2차 대전의 피해국으로 선전이 되던 일본 (사실 일본은 2차 대전 피해국이 아니고 가해국이다) 특히 일본의 게이샤 증후군으로 이 불쌍한 동양의 여인들이 나를 위해 평생 헌신하며 나를 사랑해 주리라고 생각하는 많은 유럽, 미국의 남자들이 일본여자를 동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오히려 완전히 2차 대전 피해자였던 대한민국의 여인들은 이렇게 보호받고 남성에게 온전히 순종하는 게이샤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여인들이라는 것이 요즘 "한류 드리마"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 것이 나는 너무나 기쁘다.


대륙과 연결되어 있고 몽고의 영향을 받은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일본의 게이샤 여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졌다.


한국여인의 대표상은 신사임당처럼 강인하고 지식과 교양으로 남성과의 동등한 사회 공동체 일원이 되는 것을 꿈꾸는 여성상이다.


기생이었던 논개, 황진이도 일본의 게이샤와는 완전히 다른 국가를 구한 용감한 여인, 그리고 뛰어난 글과 담대한 사랑으로 역사에 남은 여인들이다.


어쨌든 사랑은 두 사람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대방의 모습에 대한 성적 충동과 호기심 그리고 상대방의 미래의 삶에 동조하고 싶은 갈망으로 시작된다.


그렇지만 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대방의 모습이 진정한 상대방의 모습이 아니라 본인의 상상이라면 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자신이 속해있던 사회에 이방인이 되어버린 이 독일 남자는 마음속의 깊은 외로움과 사회에 대한 실망 등으로 마음이 상처 투성이가 되어있던 남자였고 이 남자가 나에게 느낀 강한 사랑의 감정은 그런 자신을 이해하고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모든 것을 희생하고 따라줄 여인.. 자신처럼 상처받고 가슴 아픈 "나비부인" 같은 여자를 대하는 감정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키스한 날) 이 교수님은 점점 더 나에 대한 성적인 충동이 더 커졌고 더 이상 카페에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할 정도로 불타는 눈으로 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호기심이 아주 많은 여자이다.


이렇게 뜨겁게 나를 보는 이 남자가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원하고 또 이런 이 사람의 동물적인 본능에 반응하면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점점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것은 욕망에 불타는 상대의 눈이다.


나를 잡아먹어버리고 싶어 하는 육식동물 같은 욕망의 눈이 많은 여인들에겐 가장 섹시한 남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섹시한 것은 이런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깊은 배려와 교양과 따듯한 마음을 또한 솔직하게 보여주는 남성들이다.


나를 보면 숨을 잘 쉴 수가 없다고 말하는 이 남자 앞에 앉아서 나는 어쩌면 내가 성관계를 처음으로 해 봐야 한다면 이 남자와 해 보는 것이 나에게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결혼을 해야만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이미 80년대 90년대 깨어버린 대한민국 여성이다.


독일문학을 공부하면서 읽은 문학들과 철학 그리고 영화 등을 통해 내가 얻은 결론은 대한민국의 유교적 성 개념은 남자와 여자 모두를 절대로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에 빠졌다.


특히 예술인 부모를 둔 나는 인생은 예측할 수도 없고 창조정신은 인간의 두뇌활동 중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여자였기 때문에 인간의 중요한 성적 충동에 대해 꼭 바른 정답을 가지고 결혼을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린 사람이다.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궁합도 사실 이 성적인 매치에 많은 중점을 두는 것이다.


아무리 두 사람이 잘 이해하고 사이가 좋아도 침대에서 소가 닭 보듯 하면 인생은 설탕 없는 사탕이 되어버리고 소금 빠진 설렁탕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이 교수님이 계신 아파트로 같이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같이 밤을 보내는 것은 너무 보수적인 어머니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서 안되고 오후에 만나 아파트로 가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대응해 보기로 결심했다.


남성의 앞뒤를 가리지 않는 성적 충동과는 다르게 사실 여성의 성적 충동은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감정적인 짐들을 모두 맡기고 의지해 버리고 싶은 깊은 엠파티 (empathy)와 관련된 충동이기 때문에 "네"가 "아니요" 같고 "아니요"가 "네" 같이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들의 성적인 충동은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복잡한 여성 심리와 연결되어 있어서 지금의 충동에 몰두하는 남성들의 성적 충동과 많이 다른 것이다.


특히 여성의 성을 "죄" 취급하는 많은 종교와 문화의 세뇌 교육으로 여자들은 자신의 성적 충동을 "죄"라고 생각하고 "나는 깨끗하지 못한 생각을 가진 여자"라고 자책하는 이상한 문화들이 이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강간이란 것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남자와 간혹 여자들도 많이 있는데 "여자가 앞이 파진 옷을 입거나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은 자신을 강간해 달라는 신호다"라는 정신병적인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80년대 90년대 한국엔 이런 사람들이 정말 있었다.


나는 이런 모든 것들을 나의 직접적인 체험으로 실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성이 개방된 사회에서 자유로운 사랑을 해 본 이 남자가 나를 정말로 원한다고 했을 때 그 진정으로 나를 원하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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