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환자-2

by Siesta

거의 밤을 꼴딱 새우고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이 환자에게 전화를 했다.


이 환자는 내게 그날 당장 와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약초와 침을 놓아 달라고 해서 나는 이 환자를 아침 일찍 진료시간을 정해 주었다.


이 환자의 얼굴은 거의 죽은 사람 얼굴처럼 창백해 있었고 피부에는 이상한 검은 반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든 근육이 마치 마비되는 것 같고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호르몬 생성의 혈자리를 찾아 침을 놓으면서 물었다.


" 최근에 호르몬 약이나 갑상선 약 또는 피임약을 바꾸거나 시작한 사례가 있습니까?"


이 환자는 나를 물그러미 보더니 갑자기 말했다.


"피임약이 우울증과 관계가 있나요?"


"물론이죠... 호르몬은 우리의 기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생리 전후로 아니면 배란일 전후로 기분이 많이 바뀌는 경험을 해 보셨을 텐데요... 혹시 피임약을 바꾸었나요?"


이 환자는 눈물에 젖어있는 것 같은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둘째를 낳고 essure ( 에수레) 시술을 받았어요. 영구피임이고 시술이 간단하다고 산부인과 선생님이 권장해 주셨어요. 시술받고 아무런 이상도 없었고 그 이후로는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나는 이 에수레 시술이란 말에


'드디어 찾았다'


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에수레는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어른에서 만든 간단한 피임도구로 여성의 나팔관에 자궁을 통해 쏘아서 감아놓은 니켈 스프링을 통해 배란이 된 난자가 수정하지 못하게 하는 간단한 피임 방법이고 이 시술을 하면 나팔관이 망가져서 다시는 임신을 하지 못하게 되는 시술이다.


바이어른 제약회사는 이 시술을 만들고는 남미나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 처음으로 그 시술을 실험대상으로 해 왔고 유럽에서 비교적 의료법이 허술한 스페인에 이 시술을 조금씩 해 오고 있었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처럼 제약회사들은 의사에게 뒷돈을 주거나 호화로운 의학협회 세미나에 초대를 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시술이나 약 등을 조제해 달라는 직접 간접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물론 의사들이 이 약이나 시술을 권장하는 것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사로서 과학적 의학적 타당성을 자신들이 수긍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뒷돈과 호화로운 의학 세미나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의학 잡지나 새로운 시술의 문제점 등에 대한 독일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이 에수레의 문제점에 대해 3-4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에수레 시술을 받은 것이 언제이죠?"


"둘째를 낳고 금방이니깐 4년 전이예요"


" 그 당시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나요?"


" 전혀 없었어요. 너무 간단한 시술이라 정말 좋았어요. 피임을 안 해도 돼서 남편도 너무 좋아했고요.


"그럼 우울증과 허리 통증은 에수레를 한 이후 1년 정도 지난 후에 발생했네요"


" 네... 전혀 연관성을 생각도 못했어요."


이 환자가 나타내는 피부의 검은 반점들과 우울증 그리고 극심한 허리통증은 니켈의 금속 중독에 의한 그리고 호르몬 이상에서 오는 증상이다.


그 당시 세계적으로 이미 에수레의 시술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었고 금속 알레르기를 체크하지 않은 상태로 이 에수레의 시술을 받은 많은 제3국 (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여성들이 단체로 바이어의 에수레 시술을 고발하는 사레가 생기고 있었다.


나는 이 환자를 위해 소견서를 써서 의사에게 보냈다.


니켈의 알레르기 검사와 호르몬의 검사 그리고 정밀검사를 통해 자궁과 난소관의 상태 등을 검사해 달라는 소견서와 에수레의 문제점들을 다룬 인터넷 페이지를 첨부해서 의사에게 보냈다.


https://www.fda.gov/medical-devices/essure-permanent-birth-control/problems-reported-essure


https://www.youtube.com/watch?v=r6_e6OQzQ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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