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환자-1

by Siesta


인간의 몸과 마음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마음속에서 해결이 안 된 것은 어떤 식으로든 어떤 증상으로든 몸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나는 크리스티안으로 감리교의 세례를 받았지만 개신교가 전혀 없는 스페인에 살면서 성당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5개 지역에서 요가와 명상 수업을 19년째 하고 있다.


사람의 병은 거의 대부분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병으로부터 시작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의 본질은 왜곡되기 시작한다.


태어나는 그 동시에 우리는 누군가의 자녀가 되고 누군가의 형제자매가 되고 누군가의 손자 손녀 그리고 점점 더 우리의 관계는 커져만 간다.


누군가의 학생이 되고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누군가의 연인이 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기대하는 "나"의 모습은 점점 더 나의 원래 " 본체"를 벗어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겐 충분히 나는 누구인가 를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빠르게 관계 속의 기대인으로 성장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내게 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의사들이 보내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 환자의 경우도 그런 경우이다.


이 환자는 마드리드의 공과대학을 나와서 엔지니어로 영국의 회사에 근무하는 총명한 사람이었다.


결혼도 하고 딸도 둘을 가진 아버지로 부족할 것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마당이 넓고 수영장이 있는 멋진 집도 짓고 아름다운 부인은 남편을 많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환자는 언젠인가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운 증상을 호소했다.


나에게 왔을 때 이 환자는 너무 어지럼증이 심해서 회사를 잠시 쉬고 있었다.


의사들은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이 환자는 나에게 너무 많은 출장과 누적되는 업무로 많이 피곤해 잠이 오지 않아 몇 년째 수면제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 환자에게 신경과민증을 치유할 수 있는 혈자리들을 찾아 침을 놓았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좋은 팔의 안쪽 혈자리와 얼굴의 혈자리 들에 다침을 놓고 뜸도 떴다.

계속 주기적으로 오면서 이 환자는 많이 침착해졌고 나와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옷을 벗고 온몸에 침과 뜸을 놓고 적외선 치료나 이온 치료를 하면 사람들은 나를 누나나 어머니 같이 생각하면서 마음을 연다.


집에서 외동아들로 큰 이 사람은 맘을 터 놓고 말을 할 상대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님은 전형적인 보수적인 스페인 가정의 사람들로 아버지는 의료 기구 수입상을 해서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은 사업 가고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하며 남편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아버지 보다 20살이나 연하인 여자라고 했다.


40이 넘은 나이이지만 온몸에 근육이 모두 발달되어 있고 키도 180이 넘는 호구의 이 엔지니어는 스페인의 내놓으라 하는 배우들 보다도 더 잘생긴 지적이고 강한 인상을 주는 호남이었다.


정말 겉으로 보아선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사람 같았다.


하루는 내가 뜸을 뜨고 있는데 나에게 말했다.


" 이 세상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말해도 될까요? 이곳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절대로 밖으로 나갈 일은 없겠죠? 정말 가족보다 더 가까이 느껴져서 털어놓고 싶네요... 인생체험을 많이 하신 분이니 제게 조언을 해 주세요."


나는 도대체 이 환자가 평생 간직한 비밀 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어쩌면 이 비밀의 무게가 이 환자의 심리를 이토록 복잡하고 불안하게 하여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 환자는 말했다.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사랑하던 사람이 있어요. 19살 때부터 만나 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 사람이 마드리드에 있어서 이 사람을 보기 위해 1주에 한 번씩 마드리드를 갑니다. 출장 핑계를 대고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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