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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06. 2021

매일 오십 번

퇴근하고 싶어요

  “반갑습니다.” 인사로 업무가 시작된다. 평균적으로 맞이 인사를 50번 하면 하루가 끝난다. 업무 관련해서 매뉴얼이 정해져 있고 내용을 숙지하여 안내하면 된다.


  상담 업무를 하고 있는 아내의 추천으로 이직 준비를 할 시간도 벌 겸 주 5일 근무도 누려 볼 겸 상담사를 지원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화상 면접을 보았다. 생소하고 쑥스러웠던 화상면접을 합격하고 2차 면접을 갔다. 요즘 대세라는 AI 면접을 보았다. 컴퓨터 게임을 통해 순발력, 기억력 등을 테스트했다.


 코로나 여파로 면접 본 인원도 많길래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합격 발표를 듣고 교육을 받았다. 10일 교육인데 시기 상 5일 교육으로 진행을 한다고 했다. 프로그램이나 상담 요령 등을 배웠다.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동안 재미도 있었으나 실제로 고객과의 통화는 어려웠다. 예외적인 문의 사항도 있었고 불가항력적인 일도 있었다. 업무 자체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알려주고 도와주는 일이라 괜찮았다. 다만 가끔씩 진상 고객은 나의 자존감을 낮추었다.


 그럴 때면 “에너지 버스”에서 보았던 에너지 뱀파이어를 멀리해야 한다는 문구가 떠오르고 그만두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아내에게도 몇 번이나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다.

아내는 언제든지 그만두라고 했지만 쉽게 그만둘 순 없었다. 퇴근해서 아내와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신입들만 모은 팀에서는 3달 동안 1등을 해서 인센티브를 받았다. 관리자들도 좋게 봐주었고 팀 배정을 앞두고 있었다. 센터장 면담이 있었는데 배정해주는 팀에 들어가면 3개월 후에 선임을 승급시켜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의욕에 차서 새로운 팀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지만 3등을 했다.


 그런데 팀이 사라졌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어안이 벙벙했고 방향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팀으로 배정되어 한 달 정도 근무했는데 센터가 사라진다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센터로 가거나 전배를 가야 한다고 했다. 다른 센터로 출근하는 시간만 한 시간 반이었다. 왕복하면 3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전배도 생각했지만 오래 다닐 것도 아닌데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자들이 좋게 평가하고 있었으니 다른 센터로 가서 적응하자는 생각으로 1차로 지원해서 이동을 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함께 이동했던 대부분의 상담사 및 관리자들이 전배를 신청하거나 퇴사를 했다. 6월 경 선임 지원 신청을 받았으나, 1년을 채우고 이직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고정비를 줄이지 못하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상담사는 사람이 하는 서비스가 주 업무이니 인력 투입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 그만두고 인사이동을 한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을 한다.


 인력 대신 기계가 많은 것을 대체한다. 기계가 대체하여 사라질 직업 중 하나인 상담사 업무를 하고 있다. 기계가 많은 것을 대체해도 사람의 언어에 담긴 감정 표현을 이해하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전화라는 매개체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칭찬도 듣고 욕도 먹는다.


 누군가에게 추천할 직업은 아니다. 스스로도 목표한 시기가 되면 뒤돌아보지 않고 나올 생각이기 때문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지만 호불호는 확실하다. 상담사를 하면서 난 출근과 동시에 퇴근을 꿈꾼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다고 하지만 다시 한번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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