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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07. 2021

모세의 기적

주말 지하철에서

 출근길 지하철은 항상 사람들이 많아 붐빈다. 지하철에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모두 제각각이다. 부족한 잠을 청하는 사람, 핸드폰을 하며 가는 사람, 무상무념인 사람, 일행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 화장을 하는 사람 등이 있다.


 주말에 당직을 하게 되어 평소와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탔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출근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평일보다 생기 있는 모습이었다.

 

 몇 정류장 지나서 어떤 남자가 타며 공기가 변했다. 빗지 않은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주황색의 티는 언제 갈아입었는지 꾀죄죄했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으며 한 손에는 과자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남자의 다른 사람과 가장 다른 모습은 어디에도 마스크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로 민감한 이때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으니 다들 기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보통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으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구했겠지만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상대였다.


 그는 노약자석에 눕다시피 앉아서 과자를 먹으며 웃기 시작했다. 같은 칸에 있던 사람들이 옆 칸으로 이동하거나 그와 떨어져 있는 자리로 옮겼다. 나의 자리는 2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 옮기지 않고 앉아있었다. 옆 칸에도 만석이었는데 나와 그 사이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앉은자리 기준으로 왼쪽에는 만석이었고 오른쪽은 빈 것이었다.


 그는 혼잣말을 하며 웃으며 과자를 먹었는데 10대 후반 20대 초반일 것 같았다. 웃을 때마다 들어가는 보조개가 인상적이었으며 씻고 옷을 단정히 입으면 꽤 호감이 가는 외모였다. 코로나와 그의 지적인 장애는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한 다큐에서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우리 아이보다 단 하루만 더 살다가 가는 게 소원이에요.”라고 말씀하시던 장면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청년의 모습을 한 소년이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서로의 갈 길을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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