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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08. 2021

고운 우리 새끼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명작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저녁, 뻐꾸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재빠르게 알을 바꿔치기하였습니다. 백조의 어미가 알을 품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뻐꾸기는 눈물을 훔치며 자신의 알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녀는 가수가 되기 위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을 나왔습니다. 갖은 고생을 다했지만 노래를 부르며 유랑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잘생긴 뻐꾸기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속삭이던 그와 가정을 이룰 거라는 기대를 했었지만 그는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한 여름의 꿈이라며 잊으려고 했는데 알을 갖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탄생에 행복했던 마음도 잠시였습니다. 그녀는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신세였습니다. 자신의 아이만이라도 좋은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득 금슬이 좋은 백조 부부가 생각났습니다. 백조의 둥지 앞에 놓고 오면 잘 키워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안 키워주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하던 그녀는 알을 바꿔치기로 결심했습니다. 며칠 동안 백조의 둥지 근처에서 어미가 자리 비우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알을 바꿔치기한 뻐꾸기는 백조가 자신의 알을 눈치채는 것은 아닌지 멀리서 지켜보았습니다. 백조가 돌아와서 별다른 의심 없이 알을 품는 모습을 보며 돌아섰습니다.

 “잘 자라렴, 내 아이야.”


 뻐꾸기는 가져온 백조의 알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모르는 척하자니 자신의 새끼를 키워줄 백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유랑 중 잠시 머문 동네이고 알고 있는 다른 새는 없었습니다. 생각 끝에 자신이 공연을 한 파티를 주최했던 돼지의 집 앞에 놓고 오기로 하였습니다. 뻐꾸기는 백조의 알을 보며 이야기했습니다.

 “미안하다, 얘야. 이 것 또한 너의 운명이란다. 좋은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라길 바랄게”


 날이 밝아오고 신문을 가지러 나오던 돼지는 깜짝 놀랐습니다. 집 앞에 누군가의 알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 알은 유난히 크고 흰색이었습니다. 누군가 잘 키워달라는 메모와 함께 알이 따뜻하게 옷으로 감싸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누가 놓고 간 거지? 이 알을 어떻게 해야 하지? 그보다 내가 키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어찌할 바를 모르던 돼지는 부모를 찾아 나섰습니다. 분명 누군가는 알의 부모를 알아야 할 텐데 아무도 알에 대해서 몰랐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돼지는 애가 탔습니다. 잘 키워달라는 메모를 남긴 무책임한 부모가 원망스러웠지만 잘못하면 생명이 꺼질까 걱정되었습니다.


 돼지는 마을 주민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주민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 전 제 집 앞에 잘 키워달라는 메모와 함께 알이 놓여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알의 부모를 찾아보았지만 작정하고 놓고 사라진 이를 찾을 도리가 없습니다. 제가 키워볼까도 생각을 했지만 알을 낳아본 적도 품을 수도 없습니다. 여러분 중에 적임자가 알을 맡아 키워주신다면 저는 이 알이 어른이 되기까지 양육비를 부담하겠습니다. 모쪼록 어떤 알인지 모르지만 키울 수 있는 가정은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부엉이가 지원했습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보시다시피 저는 날짐승입니다. 알을 낳고 키우는 것은 일생의 일부분입니다. 알에서 태어나오는 동물이 어떤 녀석이든지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겠습니다.”

 돼지는 그녀의 지원에 반색을 표하며 찬성했습니다. 길짐승들은 이걸로 문제가 해결되었다며 회의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때 날짐승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참새가 손을 들고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 부엉이의 말에 속으면 안 됩니다. 그녀는 작년 여름에도 둥지에 침입해서 제 알들을 몰래 먹었단 말입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입니다. 부엉이는 이 기회를 이용해서 새로운 알의 맛을 보려고 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저도 키우고 싶지만 알이 제 몸보다 크니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엉이에게 맡길 순 없습니다.”

 여러 동물들은 진심 어린 참새의 발언에 공감하며 알과 그녀의 몸을 번갈아 보았습니다. 부엉이는 머쓱해하며 참새를 흘겨보았습니다.

 

 두 번째로 닭이 지원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의 주식은 모이입니다. 닭장에 있으면 알을 노리는 적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실 것입니다.”

 돼지는 다른 동물들의 반응 살폈습니다. 날짐승들은 닭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동의했습니다.

이때 여우가 말을 했습니다.

 “먼저 말하신 닭에게 미안하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저의 주식 중 하나는 닭입니다. 닭고기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죠. 그런데 요즘은 닭을 잘 먹지 못합니다. 왜 그런지 아시나요?”

모두가 의아해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닭 녀석은 제 한 목숨 살겠다고, 알을 낳아서 사람에게 갖다 바칩니다. 튼튼한 닭장은 그렇게 해서 얻은 것입니다. 왠 알이 굴러 들어오니 그 알마저 사람에게 바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닭은 슬며시 자리를 피했습니다. 주민들은 지원자마다 결격 사유가 생겨 사퇴를 하게 되니 난감해했습니다.


 돼지는 꼭 합당한 동물을 찾겠다며 파격적으로 벽돌집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오리는 벽돌집을 지어준다는 말에 마음이 동했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거위에게 자신을 추천하도록 눈짓했습니다. 거위는 점잔을 빼며 말을 했습니다.

 “저는 오리 부인이 적격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시다시피 오리 부인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서 외국 유학도 다녀오고 평소에 다른 동물을 도와주는 선행을 베풀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녀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알이 부화되면 또래의 형제들과 자라니 정서적으로도 안정될 것 아니겠습니까?”

 평소 행실이 단정한 거위가 추천인으로 나오자 여러 주민들은 찬성했습니다. 장내의 분위기를 본 돼지는 오리를 바라보았습니다. 오리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회의를 주최한 돼지가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길 잃은 생명이 오리 부인의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제가 이 알의 대부가 되겠습니다. 새로운 생명과 오리 부인에게 축배를 듭시다”

모든 주민들은 어떤 생명이 나올지 모두 기대를 하며 오리의 선행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리는 백조의 알을 데리고 와서 품었습니다. 알을 품고 있는 것도 곤욕이었지만 갓 태어난 새끼 오리들은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면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리 부인은 자신과 새끼들만을 남겨두고 놀러 나간 철없는 남편을 원망했습니다. 알을 품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말썽 부리는 새끼들로 스트레스를 받던 오리는 알을 돌려줄까도 생각을 했습니다. 늑대도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벽돌집을 짓고 있을 생각에 참기로 했습니다. 벽돌집을 받으면 모두가 부러워하겠지 하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은 길었습니다.

 “대체 뭐가 태어나려고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니? 무엇이 나오든 좋으니 빨리 태어나기만 했으면 좋겠다.”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태동이 느껴졌습니다. 알의 흔들림에 고생도 끝났다고 오리 부인은 힘을 냈습니다. 드디어 알이 깨지고 백조의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오리 부인은 새끼가 예쁘게 태어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생에 대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오리인가 보네. 뱀이라도 태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예쁜 오리는 처음 이야.”

 미지의 알이 깨어났다는 소식과 함께 많은 동물들이 축하와 감사의 표시를 했습니다. 돼지도 약속했던 벽돌집이 완공되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다녀간 동물들이 주위에 예쁜 아기 오리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오리 부인과 남편은 다녀간 동물들의 초대를 받고 집을 비우는 날이 잦았습니다. 형제 오리들은 아기 오리만 예쁨을 받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놀리고 괴롭히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아기 오리는 형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형들이 걷는 곳이면 어디든 작은 보폭으로 뛰며 쫓아다녔습니다. 어느 날, 형제들이 냇물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며 노는 것을 보았습니다. 형제들과 함께 놀고 싶은 아기 오리는 물가로 향했습니다. 처음 보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아기 오리가 자신들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 형들은 더 깊은 안쪽으로 피했습니다. 아기 오리는 형들에게 다가가려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 되었습니다. 형들은 아기 오리를 보며 웃고 놀려댈 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마침 하늘을 날던 참새가 이 광경을 보고 도움을 청할 누군가를 찾아 나섰습니다. 인근에 있던 거위를 발견했고 거위는 아기 오리를 건져냈습니다.

 

 참새는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저, 아기 오리가 부모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형제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돼지 경에게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괜한 걱정을 하시는 거예요. 오리 부인은 외국식 가정교육으로 새끼들에게 자립심을 갖도록 키운다고요. 오리라면 누구나 수영은 타고나는 거예요. 그렇기에 형제들도 지켜본 거고요. 오리 부인이 아신다면 화를 낼만한 일이니 남의 가정교육에 신경 쓰지 않는 게 좋겠어요.”

 거위는 참새를 안심시키고 돌려보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오리 부인이 돌아왔습니다. 거위는 지친 몸을 일으키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리 부인, 당신의 자녀들이 다 컸다고 안심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알겠지만 당신을 추천한 저의 입장에선 당신의 막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당신의 상냥함에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자리를 비워서 생긴 사고일 뿐이에요. 제가 더 신경 쓰고 사랑을 보살필게요.”

 

 오리 부인은 말뿐이었습니다. 알을 품느라 집에만 있었던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주민들의 초대에 응하고 외출하기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오리의 다른 자녀들은 아기 오리를 자신의 무리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기 오리는 형제들과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자라면서 더욱 티가 났습니다. 아기 오리는 형들을 따라갔다가 물에 빠진 이후로 집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웠지만 형들을 따라다녀봤자 무시당하기 일쑤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혼자 있던 아기 오리는 집에 올 동물이 없는데 하고 경계하며 물었습니다.

 “누구세요?”     

 “안녕, 못 본 사이에 많이 자랐구나. 나는 너의 대부를 맡기로 한 돼지란다. 진작 왔어야 했는데 너의 부모에게 약속한 집을 지어주기 위해 바빴단다. 너는 아름답긴 하지만 다른 형제들에 비해 많이 말랐구나.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니?”

 아기 오리는 돼지의 자신을 걱정해주는 상냥한 말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돼지는 손수건을 내밀며 아기 오리를 달래주었습니다. 돼지는 눈물의 의미를 모두 알 수 없었지만 어린 몸으로 혼자 고생했을 거라는 것은 짐작했습니다. 집 안에 오리 부인을 찾기 위해 둘러보았으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돼지는 메모를 남기고 아기 오리를 데려갔습니다.


  얼마 후, 회의를 다시 주최한 돼지는 아기 오리와 함께 단상으로 향했습니다. 동물들은 회의에 아이가 온 것을 보고 의아해했습니다. 돼지는 아기 오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기 전 사진과 지금의 모습을 보도록 했습니다.

 “여러분, 저는 이 아이의 대부를 맡고 있습니다. 아기는 날이 지남에 따라 성장을 해야 하는데 야위었던 상태로 혼자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에 아기 오리를 오리 부인에게 맡길 수 없게 되어 다시 한번 회의를 열었습니다.”


  오리 부인은 황급히 나서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돼지 경, 당신은 오해를 하신 것입니다. 아기 오리는 식탐을 부려서 씹지도 않고 먹고 토하기에 죽을 먹여서 야윈 것입니다. 그리고 혼자 있던 것은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잠시 혼자 있게 한 것일 뿐입니다.”

 참새가 못 참겠다는 듯 분을 표하며 앞을 나섰습니다.

 “오리 부인의 자립심을 키워준다는 가정교육 때문에 물에 빠져 죽을 뻔 한일도 있었습니다. 그녀의 자녀들이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고 바라만 보았습니다.”


오리 부인은 당황해하며 거위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거위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돼지가 말을 이었습니다.

 “오리 부인에게 아기 오리의 양육을 맡겼던 것은 철회하겠습니다. 그리고 양육의 대가는 몰수할 것이며, 아동방임에 대한 건은 수사를 의뢰할 것입니다.”

오리 부인은 울며 동정을 호소했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뻐꾸기가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습니다. 다들 뻐꾸기를 바라보았습니다.

 “저..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 모든 일은 저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사실 그 아이는 오리가 아닌 백조입니다. 제 아이를 좋은 가정에서 자라게 하고 싶다는 욕심에 백조의 둥지에서 알을 바꿔치기했습니다. 백조의 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돼지 경 집 앞에 두었습니다. 그 아이 또한 잘 자랐으면 했는데 몹쓸 짓을 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황당한 그녀의 말에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주최자인 돼지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고운 목소리와 달리 못된 마음으로 아이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었습니다. 알이 집 앞에 놓여있을 때 메모와  감싸고 있던 옷들을 보고 여린 동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라도 진실을 밝힌 것은 큰 용기입니다. 우선 아이를 아이 부모에게 돌려주고 그다음 당신의 잘잘못을 가리도록 합시다.”

 돼지는 아기 오리가 아닌 아기 백조와 뻐꾸기를 데리고 백조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따라나서려던 주민들을 만류하고 나중에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습니다.

 

 뻐꾸기는 백조의 집으로 가던 중 아기 백조에게 사과를 하며 울었습니다. 아기 백조는 말없이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걸었습니다. 어느덧 백조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아기 백조는 엄마 백조를 보자마자 물에 비쳤던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 백조도 아기 백조를 본 순간 자신의 아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습니다. 둘은 누가 말하기도 전에 꼭 껴안았습니다. 드디어 아기 백조는 엄마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뻐꾸기는 엄마 백조에게 자신의 잘못을 눈물로 호소하며 사과했습니다.

 “당신이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엄마로서 그 마음을 이해해볼게요. 그리고 당신의 아이는 저에게 아름다운 노래로 늘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 아이는 당신을 닮아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합니다. 제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온순하여 외모는 조금 달라도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어요. 우리 아이가 조금 고생했지만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백조는 자신의 아이가 돌아온 것에 기뻐하며 뻐꾸기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물의 법은 지엄했습니다. 뻐꾸기에게는 추방령이 떨어졌습니다. 단, 아이를 보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것을 허가했습니다. 뻐꾸기는 자신의 아이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엄마 백조는 뻐꾸기에게 떠나기 전 아이와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지만 뻐꾸기는 사양했습니다. 뻐꾸기는 면목이 없다며 거듭 사과했습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아이와 고운 아기 백조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허락한다면 1년 후 먼발치에서만이라도 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사양했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저녁, 하늘은 담은 호수 위에서 백조 여러 마리가 뻐꾸기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호수에서는 여름 무도회가 펼쳐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호숫가에 심어진 아름드리 나뭇가지 사이로 그들을 바로 보는 눈동자가 있었습니다. 백조 중 유난히 희고 큰 날개를 가진 한 마리가 그 눈동자를 보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뻐꾸기의 아이도 돌아온 백조의 아이도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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