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시엘이는 낮에 독립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아내와 제가 오전 7시면 집을 나서고 오후 7시가 되어서야 돌아오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낮에는 집사인 저와 있기보다는 혼자 있는 걸 선호합니다. 주말에도 같은 공간에 있지만 스킨십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퇴근 이후 집에 오는 걸 반기고 저녁을 먹기 때문인지 주말에도 저녁이 되어야 애교를 부리며 다가옵니다. 다리나 팔 등 신체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곳에 꼭 달라붙어 집사 껌딱지가 됩니다. 손으로 쓰다듬으면 어느샌가 고롱고롱 노래를 부릅니다. 볼을 비비며 다가와서 온몸이 비비며 개냥이로 변신합니다.
시엘이의 집사 5개월째이고 중성화란 고비도 넘겨서 일상이 계속되지만 요즘에도 <윤 샘의 마이펫 상담소>나 <미야옹철의 냥냥 펀치>를 종종 보고 있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공부는 시엘이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고양이는 무리를 짓는 동물이 아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그룹끼리는 같이 잠을 자기도 합니다. 저희도 시엘이의 가족으로 잠은 항상 함께 잡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고양이는 잠을 잘 때에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에 신뢰가 없으면 함께 잠을 자진 않습니다.
또한 신뢰의 상징으로 서열이 낮은 고양이가 먼저 엉덩이를 보이며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엉덩이를 보이는 것은 신뢰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만지다 보면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며 엉덩이를 들이댄다 했더니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신뢰의 상징과 관계없이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발톱에 할퀴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시엘이가 의도하진 않지만 호기심이 많은 아이이고 사냥 본능이 넘치다 보니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을 보고도 돌격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에게 안겨있다가도 달려 나가서 발톱의 흔적이 남습니다. 이제는 시엘이는 성묘가 되어가고 있어 어릴 때처럼 힘 조절을 못해서 생기는 생채기는 없습니다.
스크래치를 하더라도 손톱은 유난히 날카롭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꼭 확인을 하고 잘라줍니다. 시엘이의 신뢰와 관계없이 날카로운 것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겁이 나는지 싫어했습니다. 점차 손톱을 자르고 바로 츄르를 제공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손을 맡기고 얌전히 있는 편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모를 땐 여러 에피소드가 생겨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서로에게 길들고 익숙해지며 신뢰가 깊어 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