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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an 17. 2022

집사 일지 (30)

낯선 고양이

“뭐 찍는거에요?”

 안경을 쓴 중년의 한 남자가 궁금한 듯 물었습니다. 저는 다소 겸연쩍어하며 말했습니다.

“고양이를 찍었어요. 출근 길에 보는 고양이가 멀리까지 와 있어서 신기해서요.”

남자는 별 싱거운 사람 다 본다는 듯이 대꾸없이 돌아섰습니다.


 그 고양이는 흰색 바탕에 노랑색과 검은색의 조화를 갖춘 치즈냥입니다. 치즈냥은 출근길에 자주 눈도장을 찍습니다. 길고양이인지 집사를 두고 있는 고양인지는 모릅니다. 처음 그녀를 본 곳은 식당 건물 옆의 한 켠이었습니다. 새끼로 보이는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영역을 갖고 있습니다. 일대에는 그들의 경쟁자는 없는지 다른 고양이들을 본 적은 없습니다.


 그녀의 집에는 자동 급수기와 사료그릇이 놓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보온을 위해 투명가림막을 설치되어 있습니다.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인지 모를 가족으로 보이는 고양이들과 함께 있습니다. 인도 바로 옆이라 지나다니며 눈도장을 찍습니다.


 가끔은 차도를 누비며 걷는 것을 보는데 위험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매일 보며 혼자만의 정이 들었던 고양이가 그녀의 집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서 보게 되어 반갑기도 하고 이곳도 영역인가 보다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거리의 고양이는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지만 사료와 물이 제공되고 있는데 멀리까지 나온 연유가 궁금해집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쫓아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놀라서 도망가는 것은 아닐까 했는데 낯이 익어서인지 사람이 친숙해서인지 가만히 있었습니다. 어딜 가는지 궁금했지만 그녀와 저의 갈 길이 다르기에 잠시 만남으로 만족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가족으로 추정하는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이번 주 내내 춥던 날씨가 조금 풀려서 산책이라도 나온 모양이었습니다. 쓰레기 더미 사이에 자리가 편해 보이진 않는데 앉아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가만히 앉아 있는 고양이를 보고 지나갑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듯 가만히 앉아서 행인들을 지켜봅니다. 시엘이도 캣타워에 앉아서 집사들을 뭘하나 종종 지켜보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시엘이가 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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