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의 추억
퇴근길에 다 사용한 연탄이 나온 것을 보았습니다. 아홉 개의 구멍이 뚫려있다고 해서 구공탄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요즘에는 식당에서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인근에서도 사용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요즘은 기름보일러나 가스보일러가 보급되어 연탄을 사용하는 곳이 적습니다.
어렸을 때 연탄을 사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벌써 30년 전의 일입니다. 연탄불을 꺼뜨릴까 봐 어머니께서 수시로 관리하셨고 혹시라도 꺼뜨렸는데 여분의 번개탄이 없으면 가게로 번개탄을 사러 심부름을 다녀오곤 했습니다.
연탄 관리는 주로 어머니께서 하셨지만 다 사용한 연탄은 집 앞 비탈길에 부수어 흙과 함께 섞었습니다.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서 비가 오면 땅이 파이고 눈이 오면 미끄러워 넘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연탄을 부수어 섞어 놓으면 파인 땅이 메워지고 미끄러웠던 표면이 거칠해져서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연탄을 길 위에 올려놓고 발로 차기도 하고 그 위에서 뛰어놀기도 하는 하나의 놀이가 되었습니다.
연탄집게와 연탄 통으로 집 앞으로 날랐는데 동생과 장난치다가 연탄집게에 힘을 세게 주어 연탄이 부서져서 마당에 흘리는 바람에 혼나기도 많이 혼났습니다. 어머니께서 화가 나셨을 때는 근처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하루는 남동생과 장난을 치다가 둘이 아웅 다웅했습니다. 하필 어머니께서 연탄을 보던 중이었는데 화가 나셔서 연탄집게를 들고 쫓아오셨습니다. 형제간에 험한 말이 오가거나 다투는 걸 매우 싫어하셨었고 어머니께서는 욱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남동생은 둘째라 그런지 눈치가 빨라 바로 도망쳤는데 저는 피하지 않고 다 맞는 바람에 종아리가 다 터지고 피가 났습니다. 이성을 차린 어머니께서 약을 발라주며 말했었습니다.
“엄마 성질 알면서 잠깐 도망이라도 갔다 오지. 그걸 미련 곰탱이처럼 다 맞고 있으면 어떡해. 이 종아리 어떻게 할 거야. 미안해.”
그때는 정말 병을 주고 약을 주셨었습니다. 연탄을 보면 개구쟁이였던 어린 시절과 한 방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자던 생각이 납니다. 연탄불 만으로는 추워서 전기난로도 방에 켜놓곤 했습니다. 지금은 온수가 안 나와서 안 씻을 일운 없지만 겨울에는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물과 찬물을 섞어서 씻었습니다.
집에서 다섯 가족이 목욕할 만큼 물을 끓이는 것도 일이라서 겨울이면 어머니 손 잡고 동생과 함께 종종 목욕탕을 가곤 했었습니다. 목욕탕 근처에는 시장이 있어서 보리밥이나 칼국수 등 외식을 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목욕보다 목욕 이후의 맛있는 것을 먹는 걸 더 좋아했습니다. 연탄만 봐도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걸 보면 저도 이제 나이가 들긴 했나 봅니다.
어떤 물건을 보면 옛 생각이 나시나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 사용했던 물건을 보면 과거의 회상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퇴근길에 연탄을 보고 떠오른 어린 시절 이야기를 아내에게 건넵니다. 동갑이라는 것은 이럴 때 좋습니다. 같은 시대의 추억을 공유하며 집으로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