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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pr 24. 2022

[북리뷰] 오은영의 화해

나를 용서하자

 티브이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오은영 박사의 이름을 대중매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육아 전문가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밀리의 서재 추천 도서로 올라와서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인생에 사연이 있고 고통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 안에는 부모의 자리와 자식의 자리가 따로 있어요. 어떤 일이 있어도 부모라는 자리를 떠나서는 안 됩니다. 부모가 이 기본 개념을 잃었을 때 자식이 입는 상처는 자식의 평생에 영향을 줍니다.   -오은영의 화해 중-


 시작부터 와닿는 글귀였습니다. 가족들에게조차 내색하지 못했지만 엄마에게 버려졌다는 기억은 평생 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경제적인 요인으로 버려졌다는 생각은 원망밖에 남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어떤 부분으로 영향을 받은 줄 스스로도 모르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엄마와 관련된 조금이라도 슬픈 내용이 나오면 눈물부터 흘러내립니다. 어른이 되어도 이성적으로 인지하고 있어도 감정이 반응하고 몸이 반응을 해버립니다. 자식의 평생에 영향을 준다는 말은 몸소 체험을 했습니다.


 부모가 준 상처들은 영영 아물지 못할지도 몰라요. 이해가 안 되면 안 되는 채로, 용서가 안 되면 안 되는 채로 있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살아도 괜찮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감정에 대한 존중입니다  

                                             -오은영의 화해 중-

        

 어렸을 때 부모님과 사이가 좋진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며 관계가 회복되었고 부모님께 인격적으로 존중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명 좋았던 일이 더 많을 텐데 행복하지 않았던 기억이 오래갑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미숙했던 저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고 싶은 것이 아이의 본능입니다. 어린 ‘나’는 집을 나간 어머니에게 버려졌다고 느꼈을 거예요. 그것도 돈 때문에요. 아마 스스로 돈보다 못한 하찮고 형편없는 존재라고 느꼈을 겁니다. 또다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엄청난 공포에 떨었을 테지요.     -중략-

‘내’가 자꾸 자신을 포장하려고 하는 건, 어머니가 돈이라는 조건 때문에 나를 버렸듯이 다른 사람도 상황이나 조건 때문에 나를 등지거나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 겁이 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도 엄마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맞춰 주고 희생해야 조금이라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거죠.  -오은영의 화해 중-


어렸을 때는 주위에서는 저만 엄마에게 버려진 줄 알았습니다. 친구들에게도 비밀로 했는데 친구들과 속 이야기를 하는데 편부, 편모, 재혼 가정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다들 그런 내색하지 않고 산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자존감은 높은 편이었는데 연애할 때는 헤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대부분을 상대에게 맞춰주었습니다. 심지어 헤어지고 싶어도 먼저 헤어지자고 말을 하지 않고 상대가 헤어지자고 말하기만 기다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연애에서 만남과 이별은 당연할 수 있는데 이별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거죠.


성인들은 자신 주변에 쏟아지는 일상의 ‘해야 한다’에 치여서 자신을 사랑할 틈이 없습니다. ‘해야 한다’에 몰두하다가 정작 ‘나’를 놓칩니다. -오은영의 화해 중-


 요즘은 직장 동료들이 많이 바뀌며 주말 근무 가능한 인원이 줄었습니다. 매주 근무하다시피 해서 일주일에 하루만 온전히 쉬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시간 활용이 가능하지만 남은 시간을 여가활동이나 휴식으로만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어느샌가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는 걸 돌아봅니다.


 사람은 어떨 때 후회를 할까요? 결과가 나쁘거나 마음에 안 들 때 후회합니다. 결과가 나쁘면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면서 후회하겠지요. 결과가 나쁘든 좋든 내 마음에 들지 않아요, 내가 기대한 만큼이 아닐 때도 후회하지요. -오은영의 화해 중-


 사람이니 후회라는  하게 됩니다. 항상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을 보이게 되는  같습니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것은 알면서도 보다 나은 현실을 그리며 후회를 하게 됩니다. 물론 후회만 하는  아니죠.  나은 미래를 꿈꾸며 힘을 내기도 하니까요.


 책을 빨리 보는 편인데 글을 읽다가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과거를 떠올리기도 하다 보니 천천히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와닿는 글귀들이 많았고 어린 시절의 나에게 쓰는 편지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2019년에 지은 책인데 다시 순위에 올라온 것은 요즘 방영되는 프로그램 덕분일 것입니다. 저도 그 덕에 힐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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