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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pr 10. 2022

집사 일지(38)

봄 나들이 그리고 낯선 냥이

  시엘이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바깥 풍경을 보는데 할애합니다. 사람들이 티브이를 시청하듯 세상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삶의 낙인가 봅니다. 요즘은 밖을 거닐면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시엘이가 내다보는 풍경에는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어 벚꽃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내는 시엘이에게 봄을 보여주고 봄 내음도 맡게 해주고 싶어 했습니다.

 아내는 이동 띠를 두르고 시엘이를 품에 앉았습니다. 우리의 의도와 달리 병원 외출 외엔 집 밖을 나서는 일이 없던 시엘이는 많이 놀란 모양입니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매달린 발톱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습니다.

 이동 띠 위로 점퍼를 덮어 시야를 가려주어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공원으로 벚꽃과 목련을 보며 거닐었습니다. 그리고 전날 깜냥이 식사를 챙겨주었던 공터로 이동했습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수풀 사이에 사료가 담긴 사료를 넣어두었는데 알고 보니 바로 옆에 누군가 준비해준 고양이 집이 있었습니다.

 밤에만 오다 보니 수풀 사이에 집이 있는 줄 몰랐는데 아침에 오니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 공원에서 자리 잡았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매번 저녁에 만나던 냥이들이라 공원에 집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공원에 사람들이 이동을 하지만 고양이들이 먹을만한 것은 없어서 근처 주택가에 거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전에 만날 거라고 생각을 못해서 시엘이만 데리고 나왔기에 근처 편의점에 들려서 참치를  왔습니다.

전날 챙겨주었던 저녁은 깔끔하게 비워놓은 상태였습니다. 공원이 보금자리가 있는데도 잘 자라는 걸 보면 주위의 따뜻한 보살핌 덕인가 봅니다.

깜냥이랑 삼색 냥이는 어젯밤에는 안 보였는데 깜냥이만 있었습니다. 경계심이 가득하고 겁이 많았던 삼색 냥이가 안 보이니 내심 신경 쓰였습니다. 접시는 편의점에서 사다 보니 흰색이라 눈에 덜 띄는 색으로 다시 준비해야겠습니다.


 시엘이는 아내 품 안이라 그런지 옆에 다른 고양이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신경 쓰진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참치 냄새를 맡고 먹고 싶어 하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시엘이를 내려놓았다가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사이좋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시엘이는 벚꽃을 제대로 보진 못했겠지만 낯선 내음에 코를 벌름 벌름거렸습니다.


 시엘이는 집에 돌아와선 우리를 피해 자신만의 공간으로 도망갔습니다. 아내는 시엘이 외출은 앞으로 병원 외에 안 데려갈 거라며 서운해했습니다. 잠시 후 아내는 볼 일이 있어 외출을 했습니다. 시엘이는 기분이 풀렸는지 스윽 다가와 제 팔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내는 시엘이가 아빠만 편애한다며 질투했습니다. 주로 아내가 시엘이의 관리를 해주다 보니 관리받기 귀찮은 시엘이는 밥 챙겨주는 저를 더 편해하는 거겠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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