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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y 09. 2022

꿈과 현실의 괴리

C형 이야기

 채널을 돌리다가 “엽기적인 그녀”가 방영하는 걸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동명의 소설로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소설을 구해보고자 찾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인인 C형이 운영하던 중고 서점에서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았는데 결국 구하진 못했습니다.


 C형을 처음 만난 것은 맥도날드에서 매니저로 근무할 당시였습니다. 배달 관리 매니저를 맡게 되어 제일 처음 채용했던 라이더가 바로 C형이었습니다. 저보다 20살 가까이 많았지만 항상 저에게 매니저님이라고 부르며 존중을 해주셨습니다. 처음엔 나이 차가 있어 어려웠는데 편하게 대해달라고 하셔서 라이더님이란 호칭에서 형님, 그리고 형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C형은 근무가 끝나고 나면 항상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다가 귀가하곤 했습니다. 그는 친절과 배려가 배어 있어 직원들도 함께 일하길 좋아했고 고객들에게 칭찬 접수도 받았습니다.

 

 항상 책을 즐겨보는 그에게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물었습니다.

 “처음 보는 책은 우선 모두 읽어보는 편이에요. 제가 사실 서점을 운영하거든요. 고객들이 책 추천 요청도 하는데 모르면 권해드릴 수가 없어서요.”

 “서점 운영하시는 줄 몰랐어요. 기회가 되면 가도 될까요?”


 C형이 운영하는 서점은 생각하지도 못하게 저희 집 근처에 있었습니다. 지하에 있다 보니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았고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찾아가는 곳이었습니다. 형이 근무하기 전에는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던 서점이었습니다.


 지하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었습니다. 수많은 책들이 꽂혀있었고 한 켠에는 C형이 온라인으로 접수를 받아 택배를 보내기 위해 준비해둔 소포가 쌓여있었습니다. 직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보는 C형의 모습은 또 달랐습니다.


 그는 책을 정말 좋아했으며 자신의 일에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형이 직접 타 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공채로 입사를 해서 다른 직원들보다 진급이 빠른 편이었고 매장을 오픈하며 배달 관리까지 하고 있어 동기들에 비해서도 실적이 좋아 승진이 언급되고 있을 때로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C형은 인생 선배답게 여러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는 수도권의 좋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입사를 했었다고 합니다. 높은 연봉과 좋은 조건에서 지내다가 진정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퇴사 후 서점을 차렸습니다. 주위에서 자신의 선택을 보고 손가락질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서점 운영에 대한 준비 없이 시작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이 생계를 책임져주진 않아서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사람들이 찾지 않는 오전 시간을 이용해 배달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배달을 하면서 제공되는 햄버거와 커피가 자신에게는 큰 보탬이 된다고 했습니다.


 C형은 긍정적이었고 서점을 운영하면서 라이더로 근무를  꾸준히 했습니다. 1호 라이더이자 맏형으로 큰 도움이 되었고 사적으로도 서점에 자주 놀러 갔습니다. 오래 함께할 줄 알았는데 몇 달 후 제가 승진을 하며 다른 매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C형은 자신의 일처럼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을 때는 반가운 마음이 앞섰지만 형의 근황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매장이 가맹점으로 전환된 뒤 사장과 맞지 않아서 다른 배달업체로 이직을 했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옮긴 곳은 조건이 더 좋아서 만족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서점은 적자 구조가 심해져 정리를 하고 배달만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습니다.


 대기업을 다니던 C형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퇴사를 하고 나와 서점을 열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생계를 무시할 순 없기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배달에서 받는 급여로도 감당이 되지 않을 수준이 되어 서점을 닫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그 이후로 연락이 닿지 않아 폐점을 했는지 운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혹시 폐점을 하게 되었더라도 C형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를 위해 노력했기에 후회는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머릿속으로는 그 서점에서 환히 웃으며 반기는 C형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하고 싶은 걸 모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뒤늦게 찾아 노력을 해도 원하는 바를 이루기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단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합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돈을 벌어준다는 것은 축복받은 삶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돈을 좇는 삶보다 돈이 쫓아오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어느 책의 문구가 떠오릅니다.


 돈이 쫓아오는 삶을 살진 않지만 일상에 만족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모든 꿈이 일과 관련되진 않을 테니까요.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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