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좋아? 츄르가 좋아?
시엘이는 입맛이 까탈스러운 편입니다. 처음에 왔을 때에도 사료에 참치를 섞어주지 않으면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로열 캐닌을 주다가 잘 먹지 않아서 참치 제조사인 위스카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먹었는데 시들해졌습니다.
습식사료만 먹기에 습식사료도 테스트해볼 겸 다양한 브랜드로 바꾸어 주었는데 입맛에 안 맞는 것은 건들지도 않습니다. 시엘이가 먹지 않는 것은 길냥이들을 챙겨주었습니다. 다른 냥이들은 잘 먹는데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사실 안 먹는 게 더 비싼 건데 말이죠.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질리지 않고 꾸준히 먹는 것이 있습니다. 츄르는 먹은 직후에도 다시 달라고 애교를 부립니다. 아내가 츄르 주는 것을 저에게 양보해서 초반에 츄르를 제가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엘이는 유독 저를 더 따릅니다.
보통 12주에 입양이 되는데 시엘이는 8주에 우리에게왔습니다. 이미 그전에 무슨 연유인지 어미에게서 독립한 상태였습니다. 츄르를 먹으면 어미 젖을 먹는 느낌인지 눈을 감고 귀도 살짝 젖혀진 채로 음미하듯 먹습니다.
“아빠가 좋아? 츄르가 좋아?”
“뭐래? 있지, 시엘이가 우리 없을 때 서럽게 우나 봐.
자기가 아이스크림 산다고 나갔을 때, 현관을 보며 울고 있더라. 난 집에 있었는데.”
“자기도 운 거 아니야?”
“그 정도로 울진 않지. 엄마가 얼마나 챙기는데 조금 서운하긴 하지. 시엘이 간식 사준다고 그 좋아하는 술도 줄였는데.”
“시엘아, 아까 물어본 거 있잖아? 아빠가 좋아? 츄르가 좋아?”
“정말 대답할 거라고 생각하고 묻는 거 아니지?”
“아츄!”
“내가 졌다. 그 드립 하려고 또 한 거지?”
표현이 더 다양해진 시엘이와 두 집사는 오늘도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