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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ug 13. 2021

조급했던 썸의 결착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고등학생 2학년이 되는 어느 날, 3학년 선배들의 졸업식이었다. 동아리 선배의 졸업을 축하드리기 위해 졸업식이 끝나고 반으로 찾아갔는데 빨간 코트에 유난히 하얗던 여학생을 보게 되었다. 잠시 스쳐 지났지만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을 했다. 먼저 말을 건넬 용기는 없었기에 지나쳤다.


 두 달이 지난 후, 동아리 연합회에서 낯이 익은 여학생을 보게 되었다. 빨간 코트의 피부가 하얗던 그녀였다. 다시 보게 된 것이 너무 반가웠지만 용기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녀 옆에 중학교 동창이었던 K군이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K군에게 인사를 건넸고 K군도 오랜만이라 반갑게 맞아주며 자연스레 그녀를 소개해주었다.


 그녀의 이름 C 양이었고 K군이 동아리 기장, C양이 부기장이었다. K군의 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반대하여 연합회에는 오기가 힘들어 개별적으로 담임 선생님께 허락을 구하고 와서 자주 오진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1학년 때는 만나지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 했다.


 인사를 계기로 C양과 연락을 하게 되었다. 동아리 이야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C양은 세이클럽을 자주 해서 세이클럽을 통해 채팅을 종종 했다. 전화를 할 때도 종종 있었는데 집에서 오래 전화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셔서 공중전화를 찾았다. 당시 내 핸드폰은 통화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월초가 되면 그녀와 통화하느라 시간을 다 쓰는 일이 허다했다.


 주말에 만나보려고 약속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부끄러운 건지 부담스러운 건지 만남은 피하는 것 같았다. 서로 호감도 표현하고 비밀 이야기도 하고 편지도 주고받았지만 사귀는 건 아니었다. C양과 연락을 주고받을 때  C양의 절친 S양과 늘 함께 있어 편지나 이메일도 주고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C양은 점점 소원해졌는데 S양이 살갑게 대해주었다. 결국 S양에 고백하는 과오를 범했다. 그날 C양과 S양 모두의 연락이 끊기고 많은 욕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당연히 욕 들을만한 일이지만 어렸고 감정에 충실했다.


 C양을 우연히 만났을 때도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눈빛조차 피했다. 고3이 되며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게 되어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세상은 좁았다.


 그녀를 대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심지어 오티를 통해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랑 같은 과였다. 모르는 척을 할 순 없어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했다. 그녀의 친구들도 이야기를 들었는지 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학교에서 몇 번 마주쳤지만 불편한 자리였다.


 미숙하고 조급했던 썸에 대한 추억의 넋두리이다. 아내가 본다면 나를 괴롭히겠지만 지난 일에 대한 회고일 뿐이니 부디 용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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