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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un 19. 2022

두껍 상회

이색 데이트

 술은 삶의 고단함을 달래 줍니다. 그중에서 소주는 서민의 애환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어린시절, 아버지께진로를 즐겨 셨습니다. 그래서인지 두꺼비 마크는 꽤나 익숙했습니다.


 지역에 따라 소주가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 태생인 아내도 참이슬이 익숙했습니다. 요즘 브랜드와 콜라보 마케팅이 유행하며 참이슬 관련 두꺼비 캐릭터나 굿즈들도 유행인 모양이었습니다. 예전에 원조 두꺼비는 구하지 못하고 분홍색 두꺼비를 구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부평 골목을 걷다가 두껍 상회가 오픈 준비하는 것을 보고 아내가 매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오픈하면 가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최근에 오픈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층에는 포토존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많은데 구획이 나누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둘 다 일을 끝나고 온 직후라 함께 찍기보다는 두꺼비들을 구경하고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아기자기했지만 카카오프렌즈에 이미 익숙해서 두꺼비의 다양한 모습도 조금은 투박해 보였습니다.

 2층은 굿즈샵이었는데 이미 익숙한 굿즈들도 있었고 야구팬들이 좋아할 만한 콜라보 상품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저냥 보고 있었는데 아내의 손에는 이미 가득했습니다. 우선 원조 두꺼비 피규어와 테라 스푼 병따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계속 구경하는 아내를 위해 제가 대신 들었습니다.

 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아내는 구경 삼매경이었습니다. 보다 보니 그네 타고 있는 두꺼비는 눈길을 사로잡긴 했습니다. 아내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건 없는지 물었습니다. 지인들 중에 두꺼비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나지 않아서 괜찮다고 하고 계산을 위해 줄을 섰습니다.

 계산대 앞에 줄이 두 줄이나 되는데 꽤 길었습니다. 알고 보니 한 줄은 이벤트를 참여하기 위한 줄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친구 추가를 하면 포토와 소맥자격증을 발급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남는 것은 사진이라며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친구를 추가하고 쿠폰을 받아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는 두꺼비 머리띠를 쓰고 아내는 왕관 머리띠를 쓰고 포즈를 취하는데 준비할 시간이 생각보다 짧아서 스피드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고 데이트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티커 사진을 찍고 쏘맥 자격증도 발급받았습니다. 긴 행렬이었지만 이색적이었습니다. 아내는 사진을 찍게 될 줄 몰라서 꾸미지 않고 와서 아쉽다며 다음에 다시 오자고 했습니다. 낮에 오면 학생들 많은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내 말로는 미성년자 출입금지라고 했습니다.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권장한다는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서겠죠.

 

 공간 자체는 미성년자가 출입하지 못할 요소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많고 기다려서 즐겼기에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쏘맥 자격증과 스티커 사진, 굿즈를 들고 두 손 가득, 마음도 풍성해져서 기분 좋게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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