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찍은 사진이 없네요
출근길, 지하철을 탔는데 옆자리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양 무릎 사이엔 핸드폰이 놓여있었습니다.
“신도림에서 깨워주세요.”라고 전광판 기능을 사용해 적어놓은 글이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에 대중교통을 타서 잠을 잘 때면 도착 예상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잠을 자거나 졸다가 정류장을 지나쳤던 기억이 문득 났습니다. 옛 생각에 피식 웃고는 아내에게 카톡을 보냅니다.
“설마 깨워주려는 건 아니지?”
“어차피 신도림에서 내리는걸.”
“괜한 오지랖이야. 그냥 모르는 척 해.”
“행동이 귀엽잖아.”
“안돼. 나만 귀여워해.”
“덩치가 남산만한 남자 아이야.”
“누구든!! 나만 이뻐하고 사랑하라고.”
귀엽다는 말에 발끈한 아내의 톡을 보니 별 걸 다 질투한다는 생각과 그런 아내의 마음이 사랑스러웠습니다.
항상 함께 하기에 표현을 많이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학생은 알고 보니 일행이 있어 신도림 직전에 깨웠습니다. 아마 내기를 해서 졌거나 장난을 친 모양입니다.
이번 주는 오후 근무라 집에 오면 22시가 조금 넘어 도착을 합니다. 아내는 22시면 잠이 드는 새나라의 어른이기 때문에 매번 저를 반기는 것은 시엘입니다. 그런데 웬일로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퇴근하는 모습도 못 보고 잠을 잔 게 신경 쓰였나 봅니다.
오후 근무를 하게 되니 제가 퇴근해서 아내가 자는 모습만 보고 아내가 출근하면서 제가 자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번 주는 대화가 부족하긴 했습니다. 아내의 직장에 새로운 분이 입사를 했습니다. 40대 중반인데 미혼에 연애 중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내는 연애 중이라는 말에 왠지 설레고 부러웠다고 했습니다. 저도 나이를 듣고 당연히 결혼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편견이었던 것입니다. 요즘은 골드미스들도 많은 걸 간과했습니다. 그녀는 동갑내기와 연애 중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아내도 연애 중이라는 말에 지지 않고 6개월 연하랑 살고 있다고 자랑을 했다고 합니다.
아내의 연애 중이라는 말이 부러웠다고 하여 돌아보았습니다. 맞벌이 부부들은 다 비슷하게 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최근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못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 함께 찍은 사진이 별로 없었습니다. 시엘이 사진만 많습니다. 오늘은 오전부터 함께 산책도 하고 맥모닝으로 시작했습니다. 일하고 서로 피곤해서 어딘가 가긴 귀찮았습니다.
데이트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우리도 연애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