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과 먼지, 그리고 길냥이
작년에 이사 올 때부터 동네가 공사장이 될 거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길 건너의 마을 하나가 철거촌이었습니다. 그리고 집 앞 쪽에 대규모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었고 집 뒷 쪽에는 이미 신축 아파트 단지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공사로 인한 먼지와 소음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그래도 겨울과 봄에는 공사를 하는 시간에는 창문을 닫고 있어서 덜했습니다. 본격적인 문제는 날씨가 더워져서 창문을 열어놓고 있는 여름이 다가온 이후였습니다.
공사는 새벽같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새벽 6시임에도 공사장의 기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창문을 닫자니 덥고 열자니 시끄러웠습니다. 평일에는 다들 그런가 보다 한 모양인데 일요일에도 시끄러우니 누군가 창 밖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XXXX들아, 제발 잠 좀 자자. 왜 일요일에도 안 쉬고 난리니?”
애절한 남자의 목소리는 공중으로 흩어졌습니다. 건물은 다 올라가고 내부 공사로 보이는데 기한이 있어서인지 전에는 잠잠했던 일요일마저 시끄러웠습니다.
사실 공사장 소음은 잠을 방해하는 정도라 참을 수 있는데 공사장 먼지가 상당량 유입되어 건강에 해로울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동안 참아왔던 것이 여름을 계기로 터뜨린 건지 일요일 공사장 소음이 기폭제가 된 건지 알 수 없으나 엘리베이터에는 민원 제기를 위한 서명록이 구비되었습니다.
민원 제기를 한다고 어떤 부분이 개선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엘리베이터에는 배달원 등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데 서명록에 호실과 이름 및 연락처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어 꺼려졌습니다. 분명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명록을 작성하였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느낀다는 거겠죠. 출퇴근하느라 자는 시간 외에 외부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소음은 덜 노출되지만 먼지는 창틀 및 유리에 묻은 것만으로도 평균치 이상이라는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실상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집 잃은 길냥이들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새로운 건물을 올리게 되며 이사를 한 사람들이 강아지는 함께 간 모양인데 고양이들은 버리고 간 모양인지 길냥이들이 많습니다.
공사장에 아무것도 없는데 고양이 혼자 덩그러니 있는 모습을 보고 예전 살던 집 터는 아니었는지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들이 밖에서 어떻게 살라고 놓고 간 건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