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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un 21. 2022

집사 일지(42)

여름철 음식 조심

 특히 여름에는 쉽게 음식이 상하거나 변질될 수 있습니다. 상하거나 변질된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반려동물 또한 마찬가지로 음식 조심을 해야 합니다.


 고양이는 상한 음식을 구별해서 먹지 않을 수 있도록 쓴 맛을 잘 느낀다고 합니다. 날씨가 무더워지며 건식 사료 위주로 주고 습식 사료는 먹을 만큼만 지급했습니다. 행여나 남은 음식을 먹고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습식 사료는 여름에는 잠시 멈추고 츄르와 고양이 전용 생선으로 대체했습니다.

 사실 건식 사료만 주어도 생존에는 지장이 없지만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집사의 행복입니다. 시엘이는 츄르를 먹을 때면,  눈을 살포시 감고 혀를 낼름 거리며 먹습니다. 츄르에 맛을 들여 새벽에도 내놓으라며 깨우는 것은 곤욕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착한 아내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시엘이 간식을 마트에서 직접 사 왔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구매를 해보니 저렴하기도 하고 포인트도 쌓이고 매번 가는 번거로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온라인 구매의 맹점을 깨달았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츄르를 먹은 시엘이가 배탈이 났습니다. 괴로워하며 일을 보았고 화장실을 치우다 보니 고통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시엘이는 수척해진 몸으로 기운이 없었습니다. 음식이 바뀐 것은 없었고 며칠 전에 배송으로 온 츄르 중에 참치 맛이 의심스러웠습니다.


 츄르는 밀봉되어 있어 유통기한이 긴 편이고 상온 보관이긴 하나 고온의 트럭 안에서 변질이 된 것은 아닐까 추측해보았습니다. 사람도 아닌 동물이라 츄르를 먹고 탈이 났다고 진단서를 끊기도 애매했고 어느 과정에서 변질이 되었는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우선 3일 동안 건식 사료 외에 지급을 하지 않았고 다행히 차도가 있었습니다. 평일 중에 음식을 먹고 탈이 난 거라 병원에 데려가지도 못해서 차도가 없으면 주말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다행이었습니다.


 시험 삼아 참치 츄르를 건네 보았는데 시엘이는 냄새를 맡더니 고개를 홱 돌려버립니다. 이번에 구매한 참치 츄르는 아까웠지만 모두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여름 동안은 츄르는 펫 마트에 가서 직접 사 오기로 했습니다.

원기를 회복한 시엘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츄르를 내놓으라며 저를 바라보며 냥냥 거립니다. 여름철 음식조심은 집사도 시엘이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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